- “측정 세대 확대 등 요구 수용”
- 입주민 “실질적 대책 세워야”

법정 기준치를 초과한 라돈이 검출돼 정밀 측정을 벌였던 부산 강서구 A아파트에 대해 부산시가 전면적인 재조사를 시행한다. 앞서 시와 시공사 측이 A아파트 2가구에서 진행한 측정 결과를 입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국제신문 20일 자 6면 보도)한 데 따른 조처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20일 “민선 7기의 최우선 과제는 시민 안전”이라며 원자력안전팀에 A아파트 라돈 농도를 재측정하라고 지시했다. 시는 이에 따라 ▷측정 세대 확대 ▷측정 높이 변경 ▷감마선 측정 등 입주민 요구를 수용해 다시 측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는 재조사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A아파트 입주민 반응은 부정적이다. 실질적 대책 없이 단순히 농도를 재측정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A아파트 입주민 이모(37) 씨는 “측정 방법을 바꿔도 ‘공기 질’ 수치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시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와중에 이뤄지는 재측정은 자칫 시공사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입주민 조모(여·45) 씨 역시 “시공사와 입주민 간 이견을 어떻게 좁힐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재측정을 해봐야 입주민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가 입주민의 비난 여론을 의식해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재측정 계획을 내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측정 가구를 늘리려면 보다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가 가진 라돈 농도 측정 장비는 4대뿐이다. 따라서 신속한 정밀 재측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업체에 측정을 의뢰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구당 80만 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시는 전문업체에 측정을 의뢰해야 할 일이 생기면 시공사와 비용을 분담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지만, 시공사와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시공사 측은 “시의 방침에 협력하겠지만, 시가 우리와 충분한 협의 없이 많은 내용을 발표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