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언비어 혐의 당시 기소자
- 재심상고심서 무죄 확정
유신 독재에 반발해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을 진압하려고 부산과 마산에 내려졌던 계엄령과 위수령은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부마민주항쟁 때 유언비어를 퍼뜨린 혐의(계엄령 위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모(64) 씨의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 씨는 1979년 10월 18일 부산에 온 손학규 당시 한국기독교연합회 간사 등에게 “데모 군중이 반항하면 발포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군중 속에서 총소리가 났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부산에는 18일 0시부터 비상계엄이 선포됐으며, 포고문 1호는 ‘유언비어 날조와 유포, 국론 분열 언동을 엄금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후 김 씨는 1981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이번 재심은 2015년 8월 ‘부마민주항쟁보상법’에 따라 민주항쟁 관련자로 인정받으면서 청구했다.
재심 청구를 받아들인 부산고법은 2016년 9월 “김 씨의 발언은 유언비어에 해당하지 않고, 자신의 언동이 유언비어라는 인식도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처벌 근거가 된 계엄 포고령 조항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포고령은 ‘군사상 필요한 때 비상계엄 지역 내에서 언론 출판 등 단체행동에 특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계엄법 조항에 따라 내려졌다. 재판부는 이때 ‘군사상 필요’를 ‘적 또는 그에 준하는 세력이 상당한 무력을 갖고 현실적 압박을 가하고, 이를 제압하기 위해 군사력 동원이 필요한 경우’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할 정도로 군사상 필요성이 있는 상태에서 계엄 포고가 이뤄졌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보고 포고령을 위법으로 판단했다. 포고령이 추상적이고 모호해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비상계엄의 선포나 계엄 포고령의 발령은 통치 행위로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죄형법정주의 위반이 아니다”며 상고했었다. 대법원은 박정희 정부의 계엄 포고가 ‘군사상 필요성’ 요건을 제대로 갖췄는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전원합의체 심리 결과 본래 사건을 담당했던 재판부가 선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대법원 3부가 이날 최종 선고했다.
고호석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상임대표는 “내년 40주년을 앞두고 대법원이 당시 계엄령의 위법성을 확인해 의미가 깊다”며 “이를 계기로 국회에 계류 중인 부마민주항쟁보상법 개정안의 처리도 속도가 붙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마민주항쟁보상법 개정안은 항쟁 기간이 짧고 관련들이 오래 구금당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생활지원금 지급 대상자 기준을 완화(30일 이상)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