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가대로 재구조화 경기 악화로 퇴색
- 백양터널·을숙도대교 ‘MRG’ 없지만
- 요금 미인상 보조금 대당 100~900원

- 수정산터널·부산항대교는 협상 게걸음
- 市, 운영사들과 소송 … 운신의 폭 좁아
- 시의회도 불합리한 협약 변경 촉구

민간투자법에 따른 부산지역 유료도로 운영에 투입되는 시민 혈세가 내년에는 사상 최대인 552억 원에 이르고, 특히 대체투자비 등을 제외한 순수 비용보전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500억 원을 넘기게 된 것은 더 이상 방치하기 곤란한 사안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유료도로마다 안고 있는 문제점이 제각각이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운영사와 부산시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경우도 있고, 사업 재구조화는 완료했으나 통행량이 변하면서 재정부담액이 증가하는 곳도 있다. ‘발등의 불’을 끌 묘안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부산의 민간투자법에 따른 유료도로에 투입되는 시의 재정부담금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수정산터널 요금소 전경. 국제신문DB

■통행량이 관건

시는 거가대로의 실제 통행량이 예상치를 훨씬 밑돌면서 최소운영수입보장(MRG)에 따른 재정부담액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2013년 경남도와 함께 운영사를 상대로 사업 재구조화 변경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MRG는 비용보전방식으로 변경됐으며, 이에 따른 부담액은 시와 경남도가 절반씩 내고 있다.

문제는 경기 악화로 통행량이 줄면서 발생했다. 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2016년 938만6000대였던 거가대로의 한 해 통행량은 지난해 920만3000대로 떨어졌으며 올해는 10월까지 700만6000대에 그쳤다. 내년엔 올해보다 5~6% 더 감소할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경기 악화에 따라 거제도 여행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비용보전방식은 사업 운영에 필요한 최소사업운영비를 설정하고, 실제 운영 수익이 여기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통행량이 줄어들면 운영 수익이 감소해 시가 보전해야 하는 금액도 늘어난다.

백양터널은 오히려 통행량 증가로 재정 부담까지 덩달아 늘어났다. 백양터널의 통행료 수입은 당초 예상치의 93% 수준이어서 MRG에 따른 보전금은 없다. 다만 요금 미인상 보전금(대당 100~700원)을 지원해야 하는데, 통행량이 2016년 하루 평균 7만8611대에서 올해 약 8만 대(추계)로 증가하고 내년엔 이보다 약 2% 증가한 8만1700대가 터널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운영사와의 협상을 통해 MRG를 폐지한 을숙도대교도 통행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시는 운영사에 요금 미인상 보전금(대당 200~400원)과 출퇴근 시간 할인 보전금(대당 400~900원)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 재구조화 협상 난항

시는 을숙도대교 MRG를 폐지한 지난해 3월 백양터널과 수정산터널도 운영사와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제 재협상 돌입은 지난해 11월에 와서 이뤄졌고 이후 1년째 별다른 진척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민간 운영사와 시 사이의 법적 소송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는 운영사와 자금구조 시정을 위한 감독명령 취소 소송과 재정지원금 지급 소송 등 두 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모두 3심에 계류 중이다. 시는 소송과 관계없이 협상을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협상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수정산터널도 마찬가지다. 시는 수정산터널 운영사와도 두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며 역시 모두 3심에서 계류 중이다. 수정산터널은 요금 미인상 보전에다 통행량 저조로 실제 통행료 수입이 계획 당시의 63% 수준에 머물고 있어 MRG에 따른 보전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시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릴 순 있으나 이럴 경우 또다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송이 지지부진하면 각각 2025년과 2027년 요금 징수가 종료되는 백양터널과 수정산터널은 재협상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대교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사업 재구조화 협상에 돌입해 현재 시의 제안을 운영사에 전달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고, 이와 별도로 운영사와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법률자문, 공인회계사, 기업구조조정전문가 등으로 팀을 꾸려 각종 소송에 나서고 있으며 재정부담을 낮추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산시의회 도시안전위원회는 내년도 부산시 예산안 심사에서 불합리한 유료도로 협약서에 대한 변경을 요구하며 시의 유료도로 보전 예산 삭감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송이 박호걸 김미희 기자

◇ 부산지역 민자도로 하루 통행량 (단위 : 대, 자료 부산시)   2016 2017 2018 2019(예상) 백양터널 7만8611 7만8450 8만(추계) 8만1700 수정산 터널 4만9490 4만9710 5만1178 (추계) 5만2690 부산항 대교 3만5107 4만3268 4만3900 (추계) 5만2690 거가대로 2만5715 2만5213 2만3046 (10월 말까지) 2018년보다 5~6% 감소 을숙도 대교 3만6464 3만6909 3만5294 (10월 말까지) 2018년보다 증가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