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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친일 논란에도 안용백 흉상 존치

창씨개명·내선일체 등 앞장, 반민족행위 705인에도 수록

  •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   입력 : 2018-12-06 19:33:41
  •  |   본지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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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문회 측 “초대 교장으로서
- 교육적으로 기여한 바 많아”
- 시민단체 “친일행적 기록해야”

지난 5일 부산 서구 동대신동 경남고등학교 정문 앞. 학생이 등교하는 이른 시간부터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펼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현수막에는 ‘안용백 동상 세워 기리며 찬양하며 학생들을 일본 앞잡이 매국노로 키우려는가?’ ‘경남고 앞마당에 친일파 안용백 흉상이 웬 말이냐’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들은 민족문제연구소 부산지부 소속 회원들로 오랫동안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경남고 교정에 설치된 ‘안용백 흉상(사진)’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흉상의 철거를 주장하지만, 학교나 동문회 측에서는 ‘요지부동’이다.

6일 경남고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학교 교정에는 지난해 설치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흉상과 함께 이 학교 초대 교장인 고 안용백 씨의 흉상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안 씨의 흉상은 2009년 한 졸업생이 제작·기증한 것으로 그해 개교기념일(4월 30일)에 세워졌다.

해당 흉상은 설치 후 끊임없이 논란에 시달렸다. 안 씨의 친일 행적 때문이다. 안 씨는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 행위자 705명의 명단에 포함된 인물이다. 안 씨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근무하면서 창씨개명, 내선일체, 황국 신민화 등에 앞장 서 각종 기관지와 잡지에 글을 기고했다. 해방 후에는 경남고 초대 교장으로 부임해 김 전 대통령을 가르치기도 했고 이후 문교부 국장과 제2대 전남교육감 등을 지냈다. 경남고에 앞서 1982년 4월 광주 중외공원에 안 씨의 흉상이 세워졌다가 친일 논란으로 2013년 7월 7일 철거됐다.

민족문제연구소 부산지부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경남고 내 흉상 철거 운동을 시작했다. 안 씨의 친일 행적에 대한 정확한 설명 없이 흉상만 세운 것은 친일을 미화하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일자 경남고 동문회 차원에서 논의에 들어갔으나, 흉상을 존치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최근 총동문회 임원진이 대거 바뀌었지만 안 씨 흉상에 대한 내부 의견은 달라지지 않았다. 동문회 관계자는 “당시 교육적인 측면에서 기여한 바가 많은 인물이다. 동문은 학교를 세운 초대 교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흉상 철거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학교 관계자도 “졸업생이 세운 흉상인 만큼 기증자와 동문회, 학교 간 합의가 없으면 철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이종민 부산지부장은 “학생들이 안용백의 친일 행적과 의미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흉상을 철거할 수 없다면 친일 행적을 기록한 비석을 함께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부산 중구에 있는 경남고 동문회 사무실 앞에서도 관련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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