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 등 반발 여론 거세
- 김명수 “수사 협조는 불가피”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박병대(61) 고영한(63) 전 대법관의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과 시민단체가 “상식에 어긋난 판단”이라고 반발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7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 연합뉴스

7일 0시40분께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두 대법관이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함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공모했다는 혐의에 대한 사실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를 맡은 임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박 전 대법관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명 부장판사도 고 전 대법관의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본건 범행에서 피의자의 관여 정보 및 행태, 일부 범죄 사실에 있어서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가 부족하다”고 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사법 농단’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영장 기각 20여 분 만에 입장문을 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기각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의 전모 규명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법원이 전직 대법관 구속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을 막기 위해 ‘셀프 기각’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법부가 이미 구속된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는 얘기다. 양승태 사법 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 농단이라는 반헌법적 행위에 법원이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전국 법원장 39명이 한자리에 모인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나와 사법 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협조에 대해 “지금도 그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사법 농단 의혹 수사가 양 전 대법원장으로 확대하는 국면에서 법원이 자체 조사를 포기하고 검찰에 이를 맡겨 사법부를 흔들리게 한다는 내부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