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간 2957가구 62억 원 혜택
- 대상 확대땐 차상위계층과 상충
- 서울시, 주거급여 뺀 차액 지급
- 복지부에 내년 한해 유예 신청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만든 부산형 기초보장제도(부산형)가 없어지는 걸 막으려면 새로운 방식의 복지제도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국내 최초로 기본소득 시범 사업을 도입해 부산형의 예산을 활용하거나, 맞춤형 복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모델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6년 10월 부산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2957가구가 혜택을 받고 있다. 올해 부산형 지원액만 42억4000만 원, 지난 2년간 누적 지원액은 62억3191만 원이다. ‘2000가구 지원’이라는 애초 부산형의 목표도 지난 4월 이미 달성하는 등 성과를 냈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확대되면서 중복 수급이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주는 사회보장급여는 중복 또는 누락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부산시 저소득주민의 생활안정 지원에 관한 조례 제2조에는 다른 기초보장제의 수급자가 아닌 사람에게 부산형을 지원한다는 규정이 있다. 쉽게 말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중복되면, 정부 제도의 지원만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 올해 부산형에 선정된 독거노인 A 씨는 2019년부터 한 달에 최대 25만5000원을 받는다. 마른 논의 단비 같은 지원금에 A 씨는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2020년부터는 이 돈이 15만3000원으로 뚝 떨어지게 된다. 임차인인 A 씨는 앞으로 주거급여 대상자로 분류돼 부산형의 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은 조만간 쉽게 볼 수 있게 될 광경이다.
부산형의 명맥을 유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여의치 않다. 부산형의 현행 대상자 소득 기준은 중위소득 하위 40%다. 이를 50% 이상으로 올리면 차상위계층 지원과 상충한다. 또다시 중복 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중복 지원을 피하기 위해서는 현재 주거급여 기준 중위소득이 하위 43%이므로 44~49% 선에 맞춰 부산형을 지원해야 하는데, 이러면 대상자가 크게 줄어 사업이 유명무실해진다. 여기에다 부산형 대상자의 수입이 비대상자의 소득보다 많은 역차별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부산과 같은 사정인 다른 지자체도 고심 중이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를 시행 중인 서울시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내년에 한해 중복 지원을 허락받았다. 서울형의 최대 지원금에 주거급여액을 빼고 남은 차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부산시는 일단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거급여와 부산형 모두가 적합한 대상자는 주거급여를 신청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학계는 부산형을 현금 지급 방식에서 복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대 박병현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산형에 확보된 예산을 활용해 기본소득 시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이렇게 되면 중복 수급 문제를 피하면서도 부산형의 원래 취지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경성대 김영종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큰돈이 들어가는 현금 사업은 정부가 맡는 게 현재의 기조다. 부산형은 이제 홀몸노인을 위한 커뮤니티 활성화 등 부산의 환경에 맞는 복지 서비스를 향상하는 간접 지원 방향으로 틀을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