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하고
-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촉구
- 노동자상 모형과 함께 행진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치와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며 올해 마지막 수요 시위를 진행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26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 모형을 소녀상 옆으로 옮겨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26일 낮 12시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인근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위한 공동행동’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과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 적폐청산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 등 단체 회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부산여성행동 등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후 매주 수요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집회는 올해 마지막 수요 시위로, 소녀상 건립 2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이들 단체는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와 지난 4월 일본총영사관 앞 설치가 무산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치 보장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올해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되고, 대법원이 일본 신일철주금에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내리는 등 반가운 소식이 잇따랐지만 위안부 합의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위안부 합의가 폐기되고 강제징용 노동자가 법적인 배상을 받는 날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올해 설치가 무산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내년 3·1절과 노동절, 광복절 중에 반드시 일본총영사관 앞에 건립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받아 내겠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1시 강제징용 노동자상 모형을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옆으로 옮겨 ‘지금 당장 여기’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집회 참가자가 노동자상 모형을 들고 정발장군 동상 앞부터 일본영사관 앞으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제지하고 나서 양측이 5분가량 대치하기도 했다. 경찰이 “집회가 종료됐는데도 열을 지어서 이동하면 불법 행진으로 간주한다. 나눠서 움직이라”고 하자, 시민단체 측에서는 “왜 모형을 갖고 예민하게 구느냐. 길을 비켜라”며 맞섰다.

이날 경찰은 집회 현장을 중재하는 대화 경찰관을 비롯해 6개 중대 600여 명의 경찰을 투입하는 한편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영사관의 시설 경비를 강화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큰 충돌 없이 집회가 마무리됐다.

한편 지난 5월 일본총영사관 앞 설치과정에서 파손된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수리를 위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민단체는 노동자상 대신 모형을 들고 나왔다.

황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