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제대로 쓰신 거 맞나?”
지난 26일 조간신문을 펼친 A(58) 씨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이날 신문에는 범어사 주지승인 경선 스님이 성탄절을 맞아 부산 남천성당을 방문해 종교 화합의 자리를 가졌다는 기사가 났다. 친필로 쓴 족자를 성당 측에 전달하는 사진도 함께 실렸다.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 문을 여니 만 가지 복이 들어온다는 뜻을 가진 자구였다. 익숙한 표현이었다. 그런데 표기가 이상했다. 스님이 쓴 족자의 마지막 한자는 ‘올 래(來)’가 아니었다. A 씨는 태어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한자(사진)였다.
개문만복래라는 표현이 처음 쓰인 책은 ‘추구’다. 주로 조선 시대 아이들이 시를 외울 때 읽었다. 천자문 등과 함께 당시 유행한 ‘어린이용 한문 교과서’의 하나였다. A 씨는 수십 년을 수련한 고승이 쉬운 한자도 쓰지 못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깊은 뜻이 담긴 문자라 여겼다. 그러나 A 씨는 의혹을 떨칠 수 없었다. 옥편을 뒤져봐도, 인터넷을 검색해도 스님이 쓴 한자는 찾을 수 없었다.
A 씨는 직접 범어사 종무소로 전화를 걸어 진위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속자”였다. 정식 한자는 아니지만 세간에서 두루 통용되는 문자라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영어의 필기체와 유사하다. A 씨는 고승의 실력을 의심한 자신을 질책한 뒤 전화를 끊었다.
범어사는 최근 들어 이 같은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고 했다. 범어사 종무소 김인선 사무장은 “몇 번 글자를 묻는 전화가 와 경선 스님께 이야기를 전해드리니 ‘허허’ 웃으셨다”며 “한자 문화에 익숙지 않은 이가 많다 보니 이 같은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