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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를 생태 자산으로 <2> 사람과 새가 말하는 하구 습지의 현재

  • 하송이 박호걸 기자
  •  |   입력 : 2019-01-02 20:31:52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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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생태공원
낙동강 하구 습지에서 ‘사람이 먼저냐 새가 먼저냐’는 질문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1960년대부터 각종 법으로 겹겹이 보호 받으면서 사람들은 새 때문에 희생 당했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에선 강줄기를 따라 개발 사업이 차근차근 진행되면서 새들의 보금자리가 침범당한다는 의견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낙동강 하구 습지가 처한 현재 상황을 새와 사람의 입장에 서서 들여다 보았다.


◆낙동강 토박이 어부의 하소연

- 야간 조업도 안돼, 동네 개발도 안돼, 우린 뭐먹고 사나

새라고? 나도 새 좋아한다. 그런데 새가 사람보다 먼저일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우리가 새 때문에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는지 말하려면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낙동강 하구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여서 4개의 서로 다른 법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한다. 규제의 역사는 1966년 7월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일대 87.28㎢가 문화재보호법 아래에 있다. 이외에도 1982년 10월엔 특별관리해역(해양환경관리법), 1987년 7월과 1988년 12월엔 자연환경보전지역(국토계획법), 1999년 8월과 2009년 3월 습지보호지역(습지보전법)으로 지정됐다.

이 중에서도 주민 입장에서 가장 지독한 것은 문화재보호법이다. 문화재 구역 내에서는 ▷동물 식물 광물을 포획·채취하거나 반출하는 행위 ▷건축물 또는 도로 전선 관로 등 각종 시설물을 신축 증축 개축 이축하는 행위 ▷수목을 심거나 제거하는 행위 ▷소음·악취·진동 등을 유발하거나 먼지 빛 또는 열을 방출하는 행위 ▷동물을 사육하거나 번식하는 행위 ▷광고물 등을 설치, 부착하거나 각종 물건을 야적하는 행위가 모두 금지되기 때문이다.

삼락공원
문화재 구역 대부분은 바다나 강 등 공유수면이라지만 강서구에는 주민이 살고 있는 섬 전체가 포함된 곳도 있다. 특히 하구 일대를 생활터전으로 삼아 평생을 살아온 우리같은 어민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을숙도로부터 남쪽으로 위치한 어촌마을만 해도 16개다. 부양가족까지 합치면 약 2만 명이 낙동강 하구에 기대 생계를 이어간다는 말이다. 다른 곳에서 다하는 야간 조업도 여기선 언감생심이다. 초겨울 새우젓을 만드는 새우를 잡으려고 한정어업이라도 허가해 달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다. 부산시가 허가를 머뭇거리는 사이 경남 거제 배들이 다 잡아간다.

이뿐이랴. 문화재보호구역 바깥쪽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묶여 건축행위가 제한받는다. 문화재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에 따라 1~5구역으로 나뉘는데 2구역은 건축물 최고 높이가 11m에 불과하고, 1구역은 모든 건축행위에 대해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조업에 필요한 장비를 보관하는 창고를 지었는데, 이것도 불법이란다. 어촌계 사유지인데도 말이다. 생계를 위해 창고를 허물 수 없기 때문에 수십 년째 이행강제금을 내고 있다.

을숙도 에코센터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설할 때마다 철새 통행 논란이 벌어지고, 신도시를 조성하려고 해도 철새 도래지여서 고도제한을 받는 것도 솔직히 안타깝다. 동부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서부산권이 이제야 하나씩 개발되고 있는데 말이다. 철새도래지라는 특수성을 이해를 못 하는건 아니지만 강 건너 사는 사람들의 입장도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아, 준설 얘기도 해야지. 하굿둑이 만들어진 후 하구 물 흐름이 많이 바뀌었다. 이 때문에 모래가 계속 쌓여 수심이 낮아지는 바람에 어선의 통행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기름값이 많이 들더라도 먼 길을 돌아 바다로 나가야 한다. 우리에게 희생만 강요하지 말라. 평생을 피해를 받으며 살았다. 정녕 사람도, 새도 함께 잘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천연기념물 큰고니의 푸념

- 2000㎞ 날아왔건만…먹이인 새섬매자기 절반 넘게 사라졌네

낙동강 하구를 떠나야 할 때인 것 같다. 아무리 찾아봐도 먹을 게 없다. 올해 태어나 아직 회갈색을 띤 딸이 배고픔에 ‘꺽꺽꺽’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우리는 몸무게가 10~15㎏ 정도인데 적어도 매일 몸무게 7% 이상의 먹이를 먹어야 한다. 그래야 겨울이 끝나면 다시 수천㎞를 날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 가족은 겨울을 나기 위해 시베리아에서 2000㎞ 이상을 날아 이 곳 낙동강 하구에 왔다. 한 때 이곳은 우리 고니류에게 최고의 월동 장소였다. 2005년 9월~2006년 9월 낙동강 하구에서 발견된 고니류는 7525마리(누적)였다. 그러나 이제(2017년 10월~2018년 10월)는 4377마리로 반 토막이 됐다.

그나마 을숙도에 가면 인간이 주는 고구마를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최대 쉼터였던 맹금머리등·대마등 일대에선 언제부터인가 먹이인 새섬매자기(간척지 습지에 무리지어 분포하는 여러해살이 풀)가 사라졌다. 2005년 맹금머리등 하부와 대마등 주변 간석지의 새섬매자기 군락 분포 면적은 각각 78만9323㎡, 32만2296㎡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각각 30만313㎡, 3만8629㎡로 조사됐다. 먹이가 전보다 70%가 줄어든 셈이다.

대마등
인간 전문가(경남대 김구연 과학교육학과 교수) 얘기로는 염분 농도가 올라가서 그렇단다. 새섬매자기는 매년 3~5월 성장해야 하는데, 봄 가뭄이 심해지자 하굿둑이 민물을 방류하지 않으면서 염도가 더 높아졌다는 거다. 어렵게 살아난 새섬매자기도 공사 등으로 인한 토사가 쌓여 광합성을 못해 올라오지 못한다고 한다. 결국 인간이 물을 독점하고, 개발을 계속하면서 우리 밥줄을 끊은 셈이다.

새섬매자기가 줄어든 지역은 우리도 안 간다. 을숙도를 찾는 큰고니들은 2005년 1224마리에서 2017년 1616마리로 조금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맹금머리등은 1670→608마리로, 대마등은 3865→480마리로 급격히 줄었다.

진우도
우리와 반대로 여름에 낙동강 하구를 찾는 쇠제비갈매기(멸종위기 야생동물 관심대상)는 언젠가부터 낙동강하구에 발길을 끊었다고 한다. 쇠제비갈매기처럼 작은 여름 철새가 쉴 곳이 없어졌단다. 이들은 여름철 한국에서 번식하고, 오세아니아나 동남아에서 겨울을 난다. 과거 낙동강 하구는 쇠제비갈매기에겐 맞춤형 서식지였다. 알을 품고 있을 때도 주변에 천적이 없는지 살펴야 하는데, 몸집이 작은 이들에게는 낙동강 하구 중에서도 식물이 없는 도요등은 사주 경계를 하기 안성맞춤이었단다.

신자도
그러나 최근 도요등의 모래가 유실돼 표고가 낮아지면서, 바닷물이 모래톱 안으로 넘쳐 알을 쓸어가 버리는 일이 잦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낙동강 하구 모래톱은 육지화돼 가는 곳이 많아 쇠제비갈매기가 살 만한 곳은 도요등과 신자도 정도뿐이었는데 말이다. 실제로 10년 전만 해도 도요등에만 1311마리가 찾아왔는데, 2013년부터 10마리 이하로 떨어지고 2015년부터는 아예 발길을 끊었다. 신자도도 비슷한 형편이다.

한때 낙동강 하구는 사계절 우리와 같은 철새의 고향이었는데…. 그때가 그립다.

사진=전민철 기자·국제신문 영상팀, 그래픽=김자경 기자

하송이 박호걸 기자
도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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