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으로 통학하는 등 부작용도

고교 비평준화 지역인 경남 양산의 올해 일반계 고교 입시에서 지역 명문고를 포함해 전체 학교의 절반인 5곳에서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교육당국의 의지에 따라 교사들이 진학지도 때 학교별 커트라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깜깜이 입시’에 내몰린 학생들이 지나친 눈치작전을 펼치다 빚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3일 양산교육지원청 등 관련기관에 따르면 올해 지역 10개 고교 입시결과 양산제일고 등 5개고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5개 학교를 합쳐 부족한 지원자 수는 총 111명이다. 반면 남부고 등 5개 학교에는 지원자가 넘쳐 74명이 불합격됐다. 그간 1, 2개 학교에서 정원미달이 생긴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많은 학교가 미달을 겪은 것은 처음이다.

올해 이런 무더기 미달 사태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학교별 커트라인을 제공하지 않아 일어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중학교 교사들은 다른 학교와 교환한 정보를 토대로 진학 지도 때 학생들에게 지원 가능한 학교를 알려줬다. 그러나 지난해 양산지역 고교평준화가 무산되면서 입시 원칙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이런 방식의 진학 지도를 금지했다.

교육계에서는 가뜩이나 올해 중학교 졸업생이 고교 입학 정원보다 200명 이상 많은데, 아무런 정보가 없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안전·하향 지원하다보니 대규모 미달사태가 발생했다고 풀이한다.

학생은 고교 불합격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집 앞의 학교를 두고 먼 곳으로 통학해야 하는 실질적인 피해도 보게 됐다. 양산 동부인 웅상지역에서 불합격한 학생은 12명인데, 이 지역에는 정원 미달학교가 없어 울산이나 양산 서부에 있는 학교로 통학해야 한다. 양산 동부와 서부 사이에는 천성산을 관통하는 법기터널이 있지만, 버스 등 대중교통은 충분하지 않아 학생들이 통학하기는 어렵다. 상위권 학생이 몰리는 양산제일고는 이례적으로 29명이나 미달돼 학교와 학생, 학부모 모두 당혹해 하고 있다. 특정 학교에 상위권 학생이 쏠리는 현상이 완화됐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많은 학부모 사이에서 깜깜이 입시 때문에 학생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양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정원미달은 비평준화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관련 자료가 축적되면 이번 같은 무더기 미달은 사라질 것”이라며 “다만 웅상은 이러한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어 고입 정원 조정 과정에서 별도 관리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