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급쟁이 생활 염증 느껴 33세 때 퇴사
- 자영업 뛰어들었지만 성취감 없어
- ‘친환경 새우 양식 전수’ 언론보도 보고
- 이거다 싶어 수과원 찾아 기술 배워
- 고성에 사계절 생산가능한 육상수조
- 사업 초기 새우 생존율 낮아 폐사 일쑤
- 적자 쌓이자 동업하던 친구도 떠나
- 사료 살 돈마저 떨어지자 담배 끊어
- 밤낮으로 연구하며 노하우 쌓아
- 무항생제 양식 성공으로 연매출 4억
- 주문 폭주 … 하우스 3개동으로 늘려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경남 고성군의 동해면 일주도로. 이 일주도로 구간 중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동진교 해안도로 일대가 백미로 손꼽힌다. 동진교는 창원시 진전면과 고성군 동해면을 잇는 다리로 일반에 덜 알려진 고성의 숨은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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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직장생활을 접고 경남 고성군 바닷가에 정착해 귀어에 성공한 정의봉 씨가 육상수조 앞에서 자신이 키운 친환경 새우를 뜰채에 담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
이 동진교를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5㎞ 들어가면 친환경 새우양식장으로 이름난 ‘친구수산’이 자리 잡고 있다. 입구에는 사장 정의봉(42) 씨가 자필로 적은 다소 촌스러운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정 씨는 “굳이 좋은 간판을 달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촌스러운 게 더 보기 좋은 것 아니냐”고 멋쩍어했다.
사장이라지만 직원은 없다. 하우스로 둘러쳐진 육상 양식장 규모를 보고는 ‘혼자서 관리가 가능할까’ 의아스러웠다. 3개동의 하우스는 저마다 길이가 100m는 넘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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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봉 씨는 귀촌을 하기 위해서는 의지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하우스로 들어가자 뜨거운 열기가 훅 불어왔다. 육상 수조에 담겨 있는 바닷물에 새우가 양식 중이라지만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정 씨가 수조에 통발을 넣자 이내 팔딱팔딱 뛰는 새우가 무리를 지어 통발에 걸려들었다. 정 씨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미생물을 이용해 키우는 친환경 새우”라고 설명했다.
친구수산은 지금은 주목받는 새우 양식장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정 씨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월급쟁이 생활에 염증을 느껴 33살에 퇴사했다. 이후 창원에서 자영업에 뛰어들었는데, 당구장 식당 편의점 등 여러 가지 업을 전전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만족도나 성취감은 없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에서 새우(흰다리새우)양식 기술을 전수한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는 ‘이거구나’ 하고 쾌재를 불렀다. 평소 가장 즐겨 먹던 새우를 직접 키워보자고 결심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서해수산연구소를 찾아 양식 기술을 전수받았다.
새우 양식에 나서겠다고 하자 주위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라며 만류했다. 잇따른 자영업 실패로 자금 사정도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새우 양식을 꼭 해보고 싶다는 집념에 귀어를 결심했다. 2014년 해양수산인재개발원 귀어귀촌 정착 과정 이수 등 사전 준비도 철저히 했다. 귀어 정착지로 고성을 선택했다. 경남 도내 새우양식 집산지인데다 자연경관이 빼어난데 비하면 토지 가격은 저렴하고 접근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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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새우 양식장으로 이름난 친구수산 전경. 하우스 길이가 각각 100m를 넘을 만큼 큰 규모다. |
가족 동의를 얻긴 했지만 새우 양식장을 지을 자금 확보가 문제였다. 가족과 친지들에게 사업 자금을 빌리고 고성군의 귀어자금 지원에 힘입어 육상 수조 하우스 1동을 건립했다. 새우 양식에 관심을 가진 친구 1명과 함께 창업해 ‘친구수산’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노지 양식보다 육상 수조식을 선택한 것은 사시사철 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 아이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깨끗한 새우를 기르겠다’고 수없이 각오했다. 그러나 결코 새우 양식은 만만하지 않았다. 문제는 입식한 새우 생존율을 높여야 하는데 짧게 기술을 전수받은 탓에 절반 이상이 폐사하기 일쑤였다. 적자를 거듭하다 자금이 바닥났고 동업하던 친구도 떠났다. 한때는 새우를 키울 사룟값도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정 씨는 “새우용 사료 20㎏ 한포에 4만 원 정도였는데 이걸 살 돈이 없어서 담배도 끊고 사료를 샀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생존율을 높이는 연구에 밤낮 없이 몰두했다. 그때 습관이 들어 정 씨는 지금도 양식장에서 먹고 잔다. 그러다 보니 점차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다 파는 재미가 붙고 수입도 제법 쏠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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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우스 내 육상수조. 항생제 대신 미생물을 사용하는 친환경 양식으로 새우를 생산하고 있다. |
정 씨는 연구를 거듭해 바이오플락(BioFloc) 양식 기술에 자기만의 노하우를 쌓았다. 바이오플락은 미생물덩어리를 의미한다. 새우에 유익한 미생물을 새우와 함께 양식수조에 넣어 사육하고, 새우의 배설물을 미생물이 먹고 그 미생물을 새우가 다시 섭취하는 친환경 양식방법이다. 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 항생제와 약품을 사용하는 많은 새우 양식장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정 씨는 바다와 같은 환경을 만들려고 복합유용미생물액제, 광합성 미생물, 미드 미생물 등 3가지 미생물을 사용한다. 항생제 대신 미생물을 사용하면 찌꺼기가 쌓이지 않아 더욱 좋다. 또 3.3㎡당 150여 마리를 기르는 대부분의 양식장과 달리 100마리 가량을 입식해 물이 오염되고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위험성도 크게 낮췄다.
자신이 붙자 2016년 하우스 1동을 더 늘린데 이어 지난해 세 번째 하우스를 건립했다. 현재 연간 15t을 생산하며 4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창원에서 즐겨 찾던 새우집의 사장도 이곳에서 물건을 받아 간다. 친환경 새우라고 소문이 나자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올해 들어서는 하우스 옆에 자그마한 새우구이 식당까지 개업했다. 식당 앞에 수북히 쌓아둔 나무땔감이 정겹게 느껴진다. 식당은 처남과 함께 운영한다. 직판장인 만큼 다른 곳보다 가격이 싸고 싱싱하다. 바로 앞이 바다라 전망도 뛰어나다.
정 씨는 요즘 무항생제 수산물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길러 내겠다는 그는 지금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