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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제 부덕의 소치, 모든 책임 지겠다"

11일 사법부 수장으로선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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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71·사진) 전 대법원장이 11일 사법부 수장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예고한 대로 검찰 포토라인을 ‘패싱’하고 대법원 앞에서 ‘대국민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기자회견 이후 공식 입장 발표는 처음이다.

   
11일 포토라인에 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이날 오전 9시 오랜 기간 근무했던 대법원 앞에 선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기간 동안 일로 인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다”며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에 의한 것으로 모든 책임을 제가 지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도 자기들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법관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저는 그 말을 믿고 있다”며 “부당 지시가 없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소명되길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국민 입장을 밝히는 양 전 대법원장 뒤로는 전날 저녁부터 기자회견을 저지하겠다며 진을 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등의 규탄 목소리가 울렸다. 대법원과 중앙지검 주변은 경찰버스가 에워싸고, 여러 겹의 폴리스라인이 쳐졌지만 다행히 충돌은 없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그는 곧장 차에 올라타 맞은편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이동해 예정보다 20분 빠른 오전 9시10분 검찰에 출석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청사 꼭대기 층인 15층 조사실에서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사법농단’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물을 계획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는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정숙 변호사가 맡는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임종헌(60·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에 관한 문건을 보고받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두는 범죄 혐의는 40개가 넘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재판거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사법부 블랙리스트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에 대부분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거래 의혹으로 파문이 확산되자 지난해 6월 1일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서 재판 방향을 왜곡하고 거래하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사법농단 사태를 촉발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정책에 반대를 한 사람이나 또는 일반적 재판에서 특정 성향을 나타냈던 사람이나, 법관에게 어떤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아니면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임 전 차장을 비롯한 실무진과 얼마나 구체적인 지시·보고를 주고받았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추궁할 상황은 아니다. 본인의 입장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은 지난달 초 박·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이 각종 의혹에 직접 관여한 흔적을 찾는 데 주력해왔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리인과 수차례 만나 징용소송 재판 방향을 논의하고, 특정 성향의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한 ‘블랙리스트’ 문건에 직접 서명하는 등 적극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제기된 의혹이 방대한 만큼 추가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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