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을 보행친화 도시로 <5> 우암동 소막마을 ~ 산수도마을

신산한 삶 켜켜이 쌓인 골목길… 안내시설·쉼터 태부족

  • 오광수 기자
  •  |   입력 : 2019-01-17 19:28:28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일제 소 수탈, 귀환동포·피란민 정착촌
- 곳곳에 아래층보다 위층 넓은 가분수 집
- 소막마을 골목길 어른 두 명 겨우 통행
- 남구, 소 막사 복원·복합센터 조성 진행

- 동항로 오르면 ‘수용소 나래비집’ 만나
- ‘도시숲’ 가는 길 부산항 절경 파노라마

‘또각또각 푸른 청석 위를 걸어/소들이 떠나갔다/(중략)/한참이 지나서 우리 집 누렁이도 돌아왔다/늠름한 황소가 된 누렁이가(중략)’. 부산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 이야기’ 안내판에 쓰인 글귀다. 그런데, 일제가 헐값에 끌고 간 소들이 돌아오다니…. 사실과 다르다.

이번에는 소막마을과 수용소 나래비집 마을, 산수도(山水道) 마을 등지를 둘러보는 코스다. 일제강점기 소 수탈의 아픔과 귀환동포 이야기, 그리고 6·25전쟁 피란민의 신산한 삶이 녹아 있다.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 소막마을에 깃든 신산한 삶

   
부산 남구 우암동 동항성당 뒤편에서 바라다 본 부산항 일대. 동항성당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출사지이지만, ‘우암동 달동네 성자’로 불리는 하 안토니오 몬시뇰의 삶을 되새겨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 김종진 기자
우암동(牛岩洞)은 말 그대로 ‘소바우 마을’이다. 옛날 소가 편안하게 누워 있는 모습의 바위가 있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예부터 우암동은 배가 드나들기 좋은 천연의 포구라는 의미에서 ‘바다의 요새’로 불렸다. 우암동에 부산항 북항 제7부두가 떡하고 자리 잡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일본인들은 ‘땅이 붉다’고 해서 우암동 일대를 붉은 반도, 즉 ‘적기(赤崎, 아카사키)’로 불렀다. 항구의 동쪽에 있다고 해서 동항이라고도 한다.

남부중앙새마을금고 버스정류소에서 우암번영로로 꺾어 들어간다. 30m쯤 갔을까. 왼쪽에 ‘소막마을 이야기’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 바로 옆에 파란 지붕의 소막집이 보인다. ‘ㅅ’ 자 지붕의 단층집이다. 일제강점기 일제는 해마다 전국의 수많은 조선 소를 일본으로 빼갔는데, 이들 소의 검역·관리를 하기 위해 소막(牛舍)과 검역소를 우암동에 뒀다. 조선의 소 70%가 우암동 소막을 거쳐 일본으로 반출됐다고 한다. 당시 소 60여 마리를 수용할 수 있었던 소막이 19개동 있었다고 전한다. 지금도 그때 소막의 지붕이나 환기구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문화재청은 이 중 1942년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 막사를 지난해 5월 등록문화재(제715호)로 지정했다.

해방되자 일본에서 귀환동포가 부산으로 몰려들었고 이들은 임시로 소막에 살았다. 소막의 3~5평을 얻어 집단으로 거주했는데, 이렇게 소막마을이 생겨났다. 소막마을 일대 골목은 어른 두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비좁다. 곳곳에는 공동화장실이 있다. 집이 워낙 비좁았던 터라 화장실을 집 안에 둘 수 없었던 까닭이다. 화장실 상당수는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 부모의 마음 담은 가분수 집

   
아래층보다 위층이 몇 뼘 정도 더 넓은 ‘가분수’ 집.
하지만 소막마을의 길과 역사 등을 안내하는 시설이나 쉼터 등은 아직 태부족이다. 다만 남구가 올해 중 소막사 원형 복원과 복합커뮤니티 센터 조성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니 이 사업이 끝나면 상당 부분 문제점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할 뿐이다.

안내판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쉼터 겸 운동시설이 있는데, 주변 곳곳에서 이른바 ‘가분수’ 집을 확인할 수 있다. 가분수 집은 수학 용어 가분수처럼 아래층보다 위층이 몇 뼘 정도 더 넓고 큰 형태다. 국제신문 지면을 통해 가분수 집을 소개한 최원준 시인(문화공간 수이재 대표)이 명명했다. 그는 가분수 집을 ‘부모의 마음’으로 표현했다. 마치 부모가 자식을 업은 듯한 모습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바우 마을’ 우암동의 소 막사 집과 이에 관한 조형물 및 안내판.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소막마을에서 다시 우암로로 나와 7부두 버스정류소에서 동항로로 오르다 보면 감화교회 주변에서 ‘적기 피란민수용소’가 있던 마을을 만난다. 소막마을 서쪽이다. 6·25전쟁 당시 피란민을 수용하기 위해 건물 40여 동을 지어 임시 거처로 만들어준 곳이다. 건물이 일본식 표현으로 ‘나래비를 섰다’고 해서 주민들은 ‘수용소 나래비집’으로 부른다. 지금도 좁은 골목 사이로 다닥다닥 붙은 집들 가운데 슬레이트 지붕이 그대로인 곳이 더러 있다.

   
동항로에서 다시 올라간다. 장고개로와 만나는 사거리에서 솔밭로를 따라 오르면 우암동 도시숲. 도시숲 공원으로 오르는 길에 산수도 마을과 만난다. 우암동에서도 ‘산만디’로 통하는 지역이다. 이곳 역시 피란민 정착촌으로, 산에서 대나무 관을 이용해 물을 끌어다가 팔았다고 해서 산수도 마을이다. 도시숲으로 가는 길에 공립 한샘어린이집 앞 계단에서 뒤돌아보면 가까이는 허치슨터미널(제5부두)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멀리 용두산공원 부산타워가 보인다.

오광수 기자 걷고싶은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3. 3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4. 4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7. 7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8. 8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9. 9“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10. 10"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3. 3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4. 4[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5. 5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6. 6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7. 7'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3. 3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4. 4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5. 5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6. 6"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7. 7[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8. 8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9. 9“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4. 4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7. 7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