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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를 생태 자산으로 <5> 람사르 습지 순천만을 가다

주민-지자체, 습지와 공존 … 흑두루미·관광객 늘며 선순환

  •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   입력 : 2019-01-24 18:43:20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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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연안 습지 최초 람사르 등록

- 무단 투기 쓰레기 넘쳐나고
- 골재 채취로 위협 받던 갈대숲
- 1996년 생태적 가치 재조명
- 흑두루미 2176마리로 늘고
- 관광객 연간 700만 명 찾아

# 시, 생태계보존·습지보존지구 지정

- 전봇대 282개 뽑아 철새 보호
- 국가정원 만들어 개발 압력 저지
- 반대하던 마을 11곳 주민 설득
- 조례 제정·입장료 수익 공유도

전남 순천시에서 흑두루미는 ‘보배’ 대접을 받는다. 흑두루미가 부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만 해도 100마리가 되지 않던 순천만 흑두루미는 2017년 2176마리로 늘었다. 순천을 찾는 새가 늘어난 만큼 관광객도 덩달아 증가했다. 현재는 연간 700만 명이 습지를 만끽하고자 순천을 찾는다. 약 28만 명인 순천 인구의 20배를 훌쩍 넘는 인파다. 지난달 국제신문 취재진이 방문했던 날도 겨울 바람이 유난히 매서웠지만 순천만 습지 갈대 숲엔 삼삼오오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관광객들이 순천만 갈대 정원을 거닐고 있다. 이 곳은 과거 골재 채취로 사라질 뻔했으나 주민과 시민단체가 힘을합쳐 지켜낸 덕에 지금은 순천만 습지를 대표하는 곳이 됐다. 김성효 기자
국제신문은 낙동강 하구 습지의 새와 사람이 공존하는 해법을 찾고자 흑두루미와 주민이 더불어 살아가는 순천시를 찾았다. 순천시의 어민 설득 방식과 이익 공유 현황을 통해 부산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골재 채취로 사라질 뻔한 갈대숲

   
순천만 위를 날아가는 흑두루미 떼. 순천시는 최근 순천만 습지 대표종인 흑두루미로 시조(市鳥)를 변경했다. 김성효 기자
1992년만해도 순천만은 ‘버려진 땅’이었다. 시의 무관심 속에 무단 투기한 쓰레기가 넘쳐났다. 1993년부턴 민간 업체의 골재 채취 사업이 시작됐다. 순천만 갯벌 약 1m 아래에는 미세한 모래가 쌓여 있는데, 순천시가 이를 채취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 것이다. 골재 채취가 이뤄졌던 장소는 현재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이 가장 좋아하는 갈대숲 탐방로가 있는 곳이다.

마을 주민의 제보로 골재 채취 사실이 지역 시민·환경단체에 알려졌다. 이들은 환경영향평가 등을 요구하며 사업허가 취소를 촉구했고, 1996년 전문가가 최초로 생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희귀한 철새와 다양한 염생식물의 존재가 보고되고, 갈대 숲이 갖는 정화기능이 알려지면서 순천만의 생태적 가치가 재조명받게 됐다. 결국 1998년 순천시는 사업 허가를 취소하고 2년 뒤인 2000년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조성 사업에 착수했다.

이후 순천만 보전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03년 1월 해양수산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고시된 데 이어, 2006년 1월 국내 연안 습지 최초로 순천만 갯벌(28㎢)과 보성갯벌(10.3㎢)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이후 순천만은 한국관광공사 선정 국내 최우수 경관 감상형 관광지로 선정됐으며, 2008년 6월 국가 지정 명승 제41호로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순천시는 조인 고삐를 풀지 않았다. 순천만 주변 지역 7.73㎢을 생태계보존지구로 지정해 난개발을 막고, 생물 다양성을 위해 전봇대 282개도 뽑았다. 새가 갯벌과 인근 육지에서 각각 하는 먹이 활동을 감안해 매립지 농경지 둔치에 습지를 복원하고 무논 습지도 조성했다. 같은 이유로 2015년 순천만과 맞닿은 동천 하구 일원의 습지 5.394㎢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2016년 1월 람사르 습지로 등록했다. 이로써 관내 2개 람사르 습지를 갖게 돼 연안~하구~논 습지로 이어지는 주요 생태축을 구축하게 된다.

순천만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순천국가정원이다. 순천시는 2013년 4월 순천만에서 북쪽 약 4㎞ 지점에서 순천정원박람회를 개최했는데, 이는 순천만으로 밀려오는 개발 압력을 막아내는 저지선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또 해마다 증가하는 순천만 방문객을 도심으로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2007년 비둘기였던 시조(市鳥)를 흑두루미로 바꿀 만큼 순천만은 순천을 상징하는 곳이다. 그곳을 확장하는 도심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국가정원을 만들었다”며 “이제는 국가정원과 순천만 사이에 건물 짓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대” 하던 주민 순천만 중심으로

순천만 조성이 처음부터 주민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습지에 인접한 마을만 11곳으로, 마을 주민 대부분은 순천만에서 어로 활동을 하거나 농사를 짓는다. 이들은2003년 순천시가 순천만 일대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갈대를 불태우며 강하게 반발했다. 2006년 람사르 습지에 등록할 때와 2009년 생태계보전지구를 지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순천시는 주민과의 만남을 멈추지 않았다. 공청회를 열어 ▷보전하지 않으면 외지 자본이 들어와 원주민에게 피해가 가고 ▷생태계가 개선되면 오히려 생산량이 늘어나며 ▷국비도 주민과 공유하겠다고 설득했다. 환경단체에겐 주민과 행정 사이에서의 중재자 역할을 부탁했다.

당시 설득 작업에 참여했던 순천시 황선미 주무관은 “습지보호구역을 지정할 때 어민들은 ‘지정되면 아무것도 못 한다’며 난리가 났다. 그래서 매일 주민을 만났다. 그나마 습지보호구역은 공유 수면이라 어촌계만 설득하면 됐지만, 생태보전지구 지정 때는 대부분 사유지라 더 힘들었다. 그러나 시장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주민들에게 행정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충분히 설득한 후 ‘그래도 반대하는 사람은 자신의 필지를 적어서 내라’고 했더니 2400여 필지 중 5필지만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회상했다.

이제 지역 주민은 순천만 보전을 이끄는 중심 축이 됐다. 갈대밭을 가꾸고, 해양쓰레기 수거하거나 겨울 철새 지킴이 활동도 한다. 순천만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도 빠지지 않는다. 순천시는 시의회, 전문가, 주민, 시민단체를 망라한 ‘순천만습지위원회’를 구성해 자문 역할을 강화했다.

주민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시는 순천만 관리와 운영에 투입되는 예산과 별도로 매년 10억 의 예산을 편성해 주민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2014년에는 시민단체의 제안으로 순천만 입장료 수익의 10%를 주민이 원하는 사업에 쓸 수 있도록 순천만습지보전·관리 및 지원 조례도 제정해 매년 7억 원가량이 주민을 위해 쓰이고 있다.

전남 순천=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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