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공공기관 경영진단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올해 공공기관 지원 예산의 20%를 일괄적으로 유보한 데 이어 강력한 혁신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시는 특히 본청 5, 6급 직원을 공공기관에 파견해 각 기관 내부 혁신에 속도를 내는 등 전례 없는 강도로 고삐를 죈다. 반면 문화예술기관 등 일부는 자율성 침해와 불필요한 통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시는 재정혁신담당관실 내에 공공기관 경영진단 TF를 신설해 본격적으로 가동한다고 28일 밝혔다. 시는 또 다음 달 정기 전보인사에 맞춰 공공기관에 본청 직원 각 1명을 파견한다. 앞서 7개 기관에 5, 6급 직원을 보냈던 시는 전체 25개 공공기관 중 20곳 이상에 본청 직원을 파견할 계획이다. 이들은 각 공공기관에서 내부 혁신 작업을 담당한다고 시는 설명했다. 앞서 시 기획관리실은 최근 새해 업무 보고에서 기관별 경영진단과 유사·중복 기능 통폐합, 기능 재조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공기관 효율화 및 경영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 시는 이러한 혁신 방안을 설명하려고 지난주 김경덕 재정관 주재로 공공기관장 전체 회의도 열었다.
시는 공공기관이 경영 적자가 여전한데도 재정 혁신 등 자구 노력은 하지 않고, 매년 인건비와 정원만 늘리는 실태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부산의 공공기관은 특별·광역시 중 최다인 25곳으로 서울보다 3곳, 인천보다 9곳이 많다. 2014년 681억 원이던 시의 공공기관 지원 예산은 지난해 914억 원까지 늘었다. 특히 전체 공공기관 정원은 2014년 6279명에서 지난해 6917명으로 증가했고, 인건비는 2014년 3950억 원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 4961억 원까지 치솟았다. 정원은 638명 늘었는데 인건비는 1011억 원이나 급증한 것이다.
시는 영화·영상 분야 영화의전당과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문화예술 분야 부산문화재단과 부산문화회관 등 유사·중복 기능을 하는 기관의 통폐합도 올해 안에 결실을 본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제 분야는 부산경제진흥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부산테크노파크, 정책연구 분야는 부산연구원 부산복지개발원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대상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일부 공공기관이 보고했던 자체 경영 혁신 계획안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시의 평가다. 이 같은 시의 고강도 대응을 볼 때 제대로 된 혁신안을 내놓지 않는 공공기관은 지원이 유보된 ‘20% 예산’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다음 달 조직 내에 경영혁신추진단을 설치해야 하는 문화예술기관들은 시가 경영 전반에 관여해 자율성과 기관장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