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성 방파제서 출발 14㎞ 여정
- 윤선도가 자주 찾은 황학대부터
- SNS 명소 죽성성당·어사암 등
- 곳곳에 볼거리 널려 ‘즐거운 길’
- 광계말 인근부터 ‘고난’ 시작
- 왕복 2차로 폭 좁고 분리대까지
- 도보객 배려 않은 ‘최악의 길’
- 대변항~연화리~오시리아 거쳐
- 공수어촌 체험마을서 마무리
기장 오감도(道) 두 번째 이야기다. 기장군 기장읍 죽성리에서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과 가까운 시랑리 공수어촌체험마을에 이르는 구간으로, 총 14㎞ 정도 걷는다. 기암괴석과 파도 소리가 어우러진 수려한 해안 풍광 등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와 보행로가 아예 없어 포장도로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야 하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가 공존하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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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기장읍 죽성리 죽성 드림성당 주변을 찾은 관광객들. 죽성 일대는 임진왜란 당시 죽성왜성, 고산 윤선도의 황학대, 어사 이도재와 기생 월매 이야기가 전해지는 어사암 등이 있어 ‘콘텐츠의 보물창고’로 불린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스토리 넘치는 기장 죽성리
죽성 방파제에서 출발한다. 죽성리 일대는 ‘콘텐츠의 보물창고’다. 죽성초등학교 뒤편 구릉지대에 보이는 게 바로 죽성왜성. 임진왜란 당시 조선과 명나라의 공세에 밀린 왜군이 남해안에 장기간 주둔하기 위해 쌓은 왜성 중 하나다. 당시 남동해안 방어를 책임졌던 수군 기지인 죽성리 두모포진성을 허물고 빼낸 돌로 왜성을 쌓았다고 한다.
이런 사이 죽성리 두호마을 황학대에 닿는다. 두호마을에서 7년간 유배 생활을 한 고산 윤선도(1587∼1671) 유적지다. 윤선도는 자신이 자주 찾은 소나무 우거진 바위 언덕을 황학대로 이름을 붙였다. 그는 인근 봉대산에서 약초를 캐 주민들에게 제공했고, 이 때문에 ‘의원님’으로 불렸다고 한다.
황학대와 100여 m 거리에 죽성 드림성당이다. SBS 미니시리즈 드라마 ‘드림(DREAM)’의 메인 세트장이었다. 이곳에는 갈맷길 포토존도 있다. 예전에는 건물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었으나 건물을 개보수하면서 갤러리 공간으로 쓰고 있다. 마침 그림과 글씨 관련 개인전(칼로 쓴 한국전)이 열리고 있었다.
드림성당에서 보행덱을 지나 ‘두모포 풍어제 터’ 표지석에서 어사암으로 건너갈 수 있다. 어사암 바로 옆은 거북바위. 머리를 치켜들고 뭍에 오르는 모습이다. 월전 방파제 쪽에서 보면 이런 모습이 확연하다.
어사암 이야기로 가보자. 어사암에는 ‘이도재 기(기생)월매’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도재(1848~1909)는 ‘암행어사 박문수’의 그 ‘어사’다. 조선 고종 때 양곡을 실을 배가 부산포로 가던 중 침몰했다. 당시 굶주렸던 마을 사람들이 바닷물에 빠진 볏섬을 건져 먹었고, 이 때문에 관아에 끌려가 심한 매질을 당했다. 결국 조정에서 이도재를 보내 진상 파악에 나섰는데, 기생 월매가 어사를 설득해서 주민들이 방면되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월전항 방파제와 영화 ‘언터처블’ 촬영지인 장어구이 집을 지나 해안길로 향한다. 로쏘 카페를 지나서 가는 도중 ‘임란 공신 의병장 김산수, 동호장군 김득복 부자 묘’의 사연을 담은 안내판 앞에서 옷깃을 여민다.
■광계말 인근 보행로는 ‘최악’
해수 담수화 시설인 부산기장해양정수센터(대변리)가 바라다보이는 광계말 뒷산 인근에서 보행길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이 구간 역시 해안 경관이 빼어나지만 걷는 이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걸어가는 왕복 2차로마저 폭이 좁은 데다 중간에 분리대까지 설치했다. 사람과 차가 같이 다니는 형국이다. 포장도로를 걷는 길은 대변 신항까지 이어진다.
‘대변어촌계 해녀 특산물 판매장’에서 해안 쪽으로 꺾는다. 대변 멸치로 유명한 대변항이다. 여기서 ‘대변’이란 지명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옛날 대변항 주변에 임금에게 올리는 대동미를 보관하는 대동고(大同庫)가 있었고, 대동고 주변의 포구라는 의미에서 ‘대동고 변포’로 불렀다. 이를 줄인 게 ‘대변포’이며, 지금의 ‘대변항’이다. 흔히 아는 그 ‘대변’이 아니다.
다시 대변항 쌈지공원, 연화리 신암 어민복지회관, 죽도를 잇는 연죽교를 지나 연화리 서암마을 표지판을 통과하면 송정과 기장군청 방면으로 각기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시리아 해안 산책로로 향한다. 오랑대, 아난티코브(힐튼 부산) 쪽으로 가는 길이다. 흙길과 자갈길이 번갈아 이어지는데, 바다의 풍광에 잔잔한 파도 소리가 곁들여진다. 해양정수센터 부근 도로에서 몹시 상했던 마음을 보상받는 느낌이다. 오랑대를 거쳐 군 시설 정문 오른쪽 옆으로 오솔길이 나 있다. 이 역시 좋다.
이어 국립수산과학원 옆 해안길. ‘바다를 보며 쉬고 가세요’라는 표지판과 함께 벽면 곳곳에 ‘붙박이 벤치’를 만들어 놓았다. 걷는 이를 배려하는 마음이 이처럼 곱다. 수과원과 연결된 해동용궁사에서 공수마을과 송정 방면으로 숲속 산책길이 나 있다. ‘갈맷길 가는 길’이란 표지판이 있어 찾기는 쉽다.
호젓한 오솔길을 걷다 보면 시랑대와 만난다. 시랑대 쉼터를 연결하는 덱은 안전 문제로 통제돼 있으니 왼쪽 옆으로 돌아가야 한다. 공수어촌 체험마을에서 오감도의 두 번째 이야기를 마친다.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걷고싶은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