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 혐의 부인… 법리공방 예고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을 11일 재판에 넘겼다. 사법부 수장이 직무와 관련해 피의자로 법정에 서기는 사법부 71년 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두 차례 기소된 임종헌(60·구속)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가담한 혐의가 추가됐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위작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가 적용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대법원장 임기 6년 동안 임 전 차장과 박·고 대법관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옛 사법부 수뇌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과 법관 해외 파견 등 역점 사업에 청와대와 외교부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봤다. 또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이나 특정 판결에 비판적 의견을 낸 판사들의 명단을 작성해 인사상 불이익을 검토·실행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역시 양 전 대법원장이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박 전 대법관은 각종 재판 개입과 헌재 내부기밀 불법 수집, 사법부 블랙리스트 개입 등 33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후임 법원행정처장인 고 전 대법관은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영장 재판 개입 등 18개 범죄사실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은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