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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보행친화 도시로 <8> 영도대교~75광장

근대 조선업 발자취 ‘깡깡이길’ 상당구간 차로로 걸어야

  •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   입력 : 2019-02-14 19:15:12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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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경찰서 지나 물양장 진입
- 수리조선소·공작소 등 밀집
- 깡깡이 안내센터 주변 등 열악
- 국제선용품유통센터 인근 양호

- 절영해안산책로 옆 흰여울마을
- 채소 키우는 ‘대야 텃밭’ 눈길
- 작년 개통 ‘해안 터널’도 반겨
- 해안 암벽 깎인 흔적엔 ‘눈살’

이번에는 영도다리의 사연, 깡깡이마을과 흰여울문화마을 등을 둘러보는 구간이다. 우리나라 근대 조선공업의 발자취와 억척스럽고 투쟁 같은 삶의 터전 등을 되새기게 된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부산 근대산업 유적지’ 순례라고 할 수 있다.

부산도시철도 남포역 6번 출구로 나선다. 영도대교로 향하는 길이다. 영도대교에서는 매일 오후 2시가 되면 도개 행사가 펼쳐진다. 영도대교 밑 ‘점바치 골목’도 뒤안길로 사라져 영도대교는 이제 ‘인증샷’ 장소로 더 유명하다. 그래서 ‘그냥’ 지나간다.
   
부산 영도구 봉래산 아래에 절영해안산책로(사진 아래 해안길)와 나란히 형성된 흰여울문화마을 일대. 남항대교 건너편 서구 암남동이 1송도, 이곳 흰여울마을은 2송도(이송도)로 불린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 영도다리와 용신당 사연

영도경찰서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꺾어 대평동 물양장(갈맷길) 쪽으로 들어간다. 배들이 빽빽하게 정박해 있고 대형 닻과 닻줄 등 선박 부속품들이 널려 있는데, 대풍포(待風浦) 자리로 불리는 곳이다. 대풍포는 태풍이 오면 대피하는 포구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여기서 ‘수리조선소 길’이 시작된다.

대평동 물양장에는 보행 전용로가 일부 있지만, 수리조선소 길 대부분 보행길은 그다지 좋지 않다. 차로를 따라 걸어야 하는데, 깡깡이 안내센터가 있는 쪽에서는 여건이 나빠진다. 편도 1차로가 더욱더 좁아진 데다 2대의 차가 교행하기 어려운 구간도 곳곳에 있다.

깡깡이 안내센터를 지나 계속 가면 ‘대평동 깡깡이 예술마을 거리박물관’이 나온다. 벽면에 ‘근대 조선공업의 발상지’임을 보여주는 패널들이 그림과 함께 전시돼 있다. ‘한국 최초로 엔진을 장착한 목선을 만든 다나카 조선소가 세워진 곳’이라고 알려준다. 이 조선사는 그동안 여섯 차례 이름이 바뀌었다. 그사이 대평동 일대는 수리조선의 메카로 성장했다.

포구를 도는 수리조선소 길은 요즘 ‘깡깡이 길’로 더 유명하다. 대평동에는 8곳의 수리조선소, 260곳이 넘는 공작소가 있다. ‘깡깡이’는 수리할 선박 표면의 녹이나 패류 등 이물질을 털어내는 망치다. 수리조선소의 어머니들은 이 깡깡이로 온종일 선박의 녹을 털어냈다. 이때 ‘깡깡’ 소리가 난다고 해서 작업을 하는 어머니를 ‘깡깡이 아지매’로, 마을 전체는 ‘깡깡이 마을’로 불렸다. 지금은 작업 속도를 올리기 위해 깡깡이보다는 긴 손잡이가 달린 그라인더를 주로 쓴다.

초대형 크레인이 있는 마즈텍 중공업 쪽으로 들어서자 길은 더욱더 좁아졌다. 그래도 부산항 국제 선용품유통센터가 보이는 물양장에서는 보행 여건이 좋아진다. 이어 남항동 방파제 방향 선용품센터 정문에 가기 직전 선용품센터 건물을 따라가면 건물이 끝나는 지점에서 좁은 골목길로 좌회전한다. 맨 끝 파란색 지붕의 건물이 용신당이다. 용신당 위치를 알려주는 게 없어 찾느라고 애먹었다. 용신당은 영도대교 건설 당시 바다에 빠져 숨진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 ‘대야 텃밭’ 유독 많은 까닭

선용품센터 맞은편 대평초등학교 쪽으로 향한다. 남항대교 연결구간을 거쳐 걷다 보면 영선반도보라아파트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절영해안산책로가 시작되고 이 길과 나란히 흰여울문화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가파른 언덕배기에 따개비 같은 집이 옹기종기 웅크리고 사는 마을이다. 흰여울은 예전에 봉래산 기슭에서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내리는데 마치 흰 눈이 내리는 듯 빠른 물살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바다 건너편 서구 암남동이 1송도, 이곳 흰여울마을은 2송도로 불린다.

흰여울문화마을 버스정류장에서 흰여울 골목길로 내려간다. ‘쉿, 주민들이 사는 공간입니다’라는 팻말이 눈에 띈다. 꼬막집계단 가는 길에 ‘대야 텃밭’이 많다. 고무 물통이나 대야, 플라스틱 상자 등에 파 상추 등 채소를 키운다. 영도 출신의 김수우 시인은 이를 큰들, 대야(大野)로 표현했다. 그의 시 ‘대야’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다. ‘(생략) 고무대야 속 산동네 굽이굽이 돌아가는데/빨래집게에 물린 봄바다 참방참방 돌아오는데/내일 긴요하고 다시 긴요한/플라스틱 大野들’.

크레파스 같은 무지개계단으로 가는 길에 흰여울마을 방문객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 바로 흰여울안내소다. 영화 ‘변호인’을 촬영했던 곳이다. 이송도 전망대와 맞닿은 피아노계단을 통해 절영해안산책로에 닿으면 지난해 말 개통된 ‘흰여울 해안 터널’이 반긴다. 이전에는 여기서 길이 끊겼다. 그런데 이송도 전망대에서 도돌이계단으로 내려가면 터널에 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흰여울마을 끝에서 중리 해안길로 연결되는 구간은 ‘국민의 정부’ 당시 공공근로사업으로 조성됐다. 절영해안산책로 출렁다리를 지나 75광장과 노래미 낚시터 갈림길에서 보면 해안 암벽이 크게 깎여 나간 흔적이 역력하다. 봉래동의 옛 대한조선공사(지금의 한진중공업) 터를 닦을 때 암벽을 깨어내 썼다고 한다.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걷고싶은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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