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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다시 만주를 주목하다 <2> 애국지사 요람 신흥무관학교

무장전쟁 목표 독립군 양성, 9년 뒤 청산리서 일본군 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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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투쟁 한계 느낀 이회영 일가
- 1911년 지린성에‘경학사’ 설립
- 이듬해 독립군 9명 배출했지만
- 대흉년 들자 운영난으로 해체

- 또다른 항일단체 부민단이 계승
- 신흥무관학교로 이름 바꿔 출발
- 군사교육 받은 수천명의 독립군
- 의열단 등 각 분야서 주역되기도

‘최저 연령이 열여덟 살이었다.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 엉엉 울었다. 학교 측은 나를 예외적인 존재로 취급해 시험을 치르게 해줬다. 지리 수학 국어에서 합격했지만, 국사와 엄격한 신체검사에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월 코스의 조에 입학하도록 허락을 받았고, 수업료를 면제 받았다.’

미국인 기자 님 웨일즈가 1937년 독립투사 김산(본명 장지락)을 만나 그의 삶과 행적을 기록한 ‘아리랑의 노래’의 한 구절이다. 15세에 혈혈단신 신흥무관학교에 도착한 김산은 입학 가능 연령이 18세 이상이라는 말을 듣고 대성통곡했다. 독립의 불씨는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국제신문은 조선팔도 젊은이가 의기를 가지고 모여 들었던 ‘독립군의 산파’ 신흥무관학교를 찾았다.
   
지난달 21일 중국 지린성 추가가에서 한중문화콘텐츠연구소 안상경 소장이 100년 전 신흥강습소가 있던 자리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박호걸 기자
■신흥무관학교의 전신 ‘경학사’

지난달 21일 신흥무관학교 터로 가기 전 중국 지린성 유하현 삼원포진의 ‘추가가(鄒家街)’라는 시골 마을에 먼저 들렀다. 이곳은 만주 최초의 한인 자치기관인 경학사(耕學社)가 설립된 곳이다. 경학사는 부설기관으로 신흥강습소를 두었는데, 이것이 후에 신흥무관학교로 발전한다.

경학사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명문가 이회영 일가다. 국내 비밀 항일단체 신민회 간부들은 국내 항일투쟁의 한계성을 느끼고, 만주 지역에 독립운동 기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회영 6형제는 가문 소유의 전답을 모두 정리해 만주에 땅을 구입했고, 1910년 겨울 이곳으로 이주했다.

한중문화콘텐츠연구소 안상경 소장은 “이회영 일가는 국권을 상실한 망국을 벗어나 새해는 새로운 땅에서 보내고 싶다는 열망으로 압록강을 건넜다”라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당시 이곳은 한족 추(鄒) 씨 집성촌이었고, 텃새도 심했다. 이회영 일가는 우여곡절 끝에 1911년 5월 이곳  대고산 자락에서 노천군중대회를 열고 경학사를 출범했다”고 덧붙였다.

경학사는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농업으로 생계를 잇고, 학습과 훈련으로 인재를 양성해 무장항일 투쟁을 전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먼저 황무지를 개간해 농사를 지었고, 1911년 6월 부설기관으로 신흥강습소를 설립했다. 

안 소장이 손가락으로 마을 방향을 가리켰다. 허름한 옥수수 창고가 보였다. 안 소장은 “경학사는 이 창고를 빌려 개조해 신흥강습소를 운영했던 것으로 보인다. 교장은 이회영의 셋째 형 이철영이었고, 이듬해 처음으로 9명의 독립군을 배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학사는 운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1912년 결국 해체된다. 1911년 늦서리가 내리는 등 기후가 좋지 않아 그간 가꾸었던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고, 이듬해인 1912년엔 대흉년이 든 탓이다. 다행히 그해 조직된 부민단이 경학사의 이념과 사업을 계승했으며, 1919년 3·1운동 이후 한족회로 개편되었다. 신흥강습소는 1912년 추가가에서 동남쪽 35㎞가량 떨어진 퉁화현 합니하(哈尼河)에 옮겨가 그해 7월 신흥무관학교로 이름을 바꿔 다시 출발한다.
   
신흥강습소로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옥수수 창고.
■독립군·의열단… 애국지사 요람

발걸음을 옮겨 합니하로 향했다. 꽁꽁 언 합니하 건너 편 언덕에 붉은 기와 지붕의 집이 두 채 있었다. 신흥무관학교 기숙사 자리다. 지금도 이 곳에는 당시 교관과 학생이 사용하던 우물이 남아 있다. 기숙사 맞은 편에는 해발 150m내외의 산이 이어졌다. 이곳 능선을 따라 줄지어 교실이 있었고, 산 넘어 분지를 연병장으로 사용했다. 수업을 하러 나갈 때와 기숙사로 돌아올 때는 줄배를 이용해 합니하를 건넜다.

다시 ‘아리랑의 노래’에 적힌 신흥무관학교에 대한 내용을 보자. ‘학교는 산속에 있었으며, 18개 교실로 나뉘어 있었는데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산 허리를 따라 줄 지어 있었다. - 중략 - 학과는 새벽 4시에 시작하며, 취침은 밤 9시에 했다. 우리는 군대전술을 공부했고, 총기를 가지고 훈련 받았다. 그렇지만 가장 엄격하게 요구됐던 것은 산을 빨리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이었다. 게릴라 전술. 다른 학생은 강철 같은 근육을 가지고 있었고, 등산에는 오래전부터 단련돼 있었다. 우리는 등에 돌을 지고 걷는 훈련을 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지지 않았을 때에는 아주 경쾌하게 달릴 수 있었다.’

안 소장은 “교관 중에는 일본에서 정식 군사교육을 받은 사람도 꽤 있었다. 교관 지청천도 일본 장교 출신인데, 그는 일본 군사 교본을 들고 나와 이곳에서 군사 교육을 시켰다”며 “신흥무관학교는 1920년까지 이어지며 3500여 명의 독립군을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무관학교 건물은 철거되고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당시 모습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신흥무관학교 출신은 청산리 전투 주역이 된다. 1919년 3·1운동 후 신흥무관학교에는 수많은 애국지사가 찾아들었고, 일본과 중국의 견제가 시작됐다. 1920년 6월 홍범도 장군이 봉오동에서 일본군에 대승을 거두자 일본군은 이를 복수하기 위해 양민 학살과 독립군 초토화 작전을 진행했다. 지청천 등이 이끄는 400여 명의 신흥무관학교 졸업생 부대는 김좌진 장군이 이끄는 북로군정서로 대거 파견된다. 이들은 북로군정서의 핵심 간부로서 청산리 전투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는 전과를 올린다.

청산리 전투 외에도 신흥무관학교 졸업생은 각 분야에서 독립 투쟁을 전개한다. 영화 ‘암살’에서 재조명된 김원봉은 의열단을 조직했고, 나석주는 의열단에서 경제 침략 총본산인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던졌다. 졸업생 외에도 교관인 지청천은 광복군 총사령관으로 항일 운동을 이어나갔다. 

 중국 지린성=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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