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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다시 만주를 주목하다 <4> 독립운동 현장 교육 과제는

‘임시정부 루트(항저우~충칭)’와 만주 항일유적, 수학여행 코스로 활용을

  •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   입력 : 2019-02-28 20:22:13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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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교육청 ‘임정 프로젝트’

- 지난해 고교생 54명 현장학습
- 중국 내 임시정부 발자취 좇아
- 애국지사 숭고한 희생 되새겨

# 한인애국단 입단 토론회

- 학생들 순국선열 기개에 감탄
- 무관심했던 역사 자기 반성도

# 틀에 짜여진 체험경로 한계

- 조철호 의원 “답사 기회 넓혀야”
- 안환 교사 “유적지 다양화 필요”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을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김구 선생의 아들 고(故) 김신 선생이 1996년 중국 항저우의 옛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했을 때 남긴 말이다. 이 말처럼 풍족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어려운 시절 독립을 위해 온몸을 던진 애국지사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된다. 더 많은 사람이 그들의 발자취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들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부산 학생, 임정루트를 가다

   
지난해 부산시교육청의 ‘임시정부 대장정 통일 미래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이 중국 충칭 임시정부 청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시교육청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한 해 앞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임시정부 대장정 통일 미래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부산지역 고교생을 선발해 중국 상하이 항저우 충칭 등 임시정부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현장 학습이다.

김구 선생은 윤봉길 의사 의거 후 조선인에 대한 수색과 체포가 갈수록 극에 달하자 ‘배후는 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중국 상하이를 떠나 피신 길에 오른다. 김 선생에게는 60만 원(현재 가치 150억~200억 원 추산)의 현상금이 내걸렸다. 이 때부터 임시정부는 일본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항저우→ 전장→ 창사→ 광저우→ 류저우→ 치장→ 충칭으로 옮겨다니며 항일 투쟁을 이어갔다. 교육청 프로젝트는 이 같은 임시정부의 이동 루트를 따라가며 독립투사들의 의기를 배우고 항일운동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일정에는 1919년 4월 세워진 임시정부 청사와 요인 숙소, 1932년 4월 윤봉길 의사가 일본 간부에게 도시락 폭탄을 던진 홍커우 공원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첫 행사에서는 연구계획서와 면접심사를 통과한 18개교 54명의 학생과 6명의 교사들이 1·2진으로 나뉘어 현장을 찾았다. 신청 당시 최종 선발인원의 3배가 넘는 171명이 신청해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현장은 놀라움과 안타까움의 연속”

지난해 체험을 다녀온 학생의 소감문을 보면 현장 방문 당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부산국제고 곽승현 양은 “전혀 모르고 있던 임시정부를 직접 보니 많은 것을 처음 알게 됐다. 그 중에서는 무릎을 ‘탁’하고 칠 정도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 사건과 한숨을 내쉬게 만들 정도로 안타까운 과거도 있었다”며 “‘만약 한인애국단의 입단 제의를 받게 된다면’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는데 생명의 위협과 가족까지 등져야 한다는 것 때문에 깊은 고민을 했다. 고민의 과정에서 독립투사의 용기와 굳은 의지에 더욱 감탄하고 존경심이 들었다”고 적었다.

부산동여고 성주윤 양은 “4일째 방문했던 이동녕 선생의 터전이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벽이 허물어져 반쪽만 남아 있던 작은 터전마저 없어진다니 너무 슬프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절망적이었다”며 “무관심 속에 선조의 헌신과 투쟁이 잊히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역사에 무지하고, 여태껏 암기만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 교육혁신과 백영선 장학사는 “올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해 중국을 다녀온 학생이 적은 소감문을 보면 나도 감동을 받을 정도”라며 “올해에는 독립유공자 후손과 사진·영상 등의 특기를 가진 학생도 함께 선발해 교육적 효과를 더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해 50명… ‘만주’는 제외 한계

현장학습의 효과는 이처럼 적지않다. 혜광고 안환 교사는 “대학에 역사 강의하면서 처음에는 강의만 하다 월 1회 현장 학습을 진행했다. 강의실에서 배운 역사 현장을 가보니 학습 효과가 굉장히 좋았다”며 “성적 뿐만 아니라 학생의 만족도도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부산에서 독립 유적지 방문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학생은 한 해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시교육청의 프로그램에 선발되더라도 학교당 3명 남짓의 학생만 갈 수 있다. 올해 교육청의 ‘임시정부 대장정 통일 미래 프로젝트’ 선발인원은 지난해와 같은 50여 명에 수준이다. 방문 장소역시 임시정부 루트에 한정돼있다.

지난 20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중국 동북3성 항일독립군유적지 재조명과 교류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국제신문 지난 21일 자 3면 보도)’를 주관했던 조철호 부산시의원은 “현재 부산에서 진행되는 임시정부 유적지 답사도 의미는 있지만 제한적이다. 수학여행 등을 통해 항일투쟁 역사가 살아있는 만주 지역에 방문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고등학생 중 일부는 일본 등 외국으로 수학여행을 가고 있고, 올해부터 수학여행 비용이 지원되기에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안 교사도 토론회에서 “만주와 신흥무관학교는 항일 무장 투쟁의 중심지로, 관련 유적지가 굉장히 많은 곳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부산의 역사 교사 가운데 만주를 가 본 사람은 전무할 것”이라며 “나도 30년간 가 볼 기회가 없어 지난해 사비로 갔는데, 가슴이 뭉클하기도 찢어지게 아프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의회에서 교류 활성화를 추진해 기대가 크다. 학생이 어렵다면 교사라도 그곳을 직접 가보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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