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진보 진영 갈등재연 조짐
‘피란민의 영웅인가, 난세의 역적인가’. 경남 거제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설치된 김백일 장군(1917~1951) 동상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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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절인 지난 1일 경남 거제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김백일 장군 동상 옆에 ‘김백일 친일 행적 단죄비’가 세워져 있다. 친일 김백일 동상 철거 거제 범시민대책위 제공 |
거제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친일 김백일동상철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지난 1일 장군 동상 옆에 ‘김백일 친일 행적 단죄비’를 설치했다.
3m 높이의 단죄비에는 장군의 친일 행적과 건립 취지문, 시민단체 명단 등을 새겨넣었다. 취지문에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됐지만 여전히 친일행위자들을 단죄하지 못하는 현실을 알리고자 시민들이 힘을 모아 단죄비를 건립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책위는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동상 철거를 위한 집회 등을 이어 왔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대신 동상 옆에 단죄비를 설치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친일 동상이 철거될 때까지 동상과 나란히 단죄비를 세워 부끄러움을 조금은 덜고자 한다”고 건립 취지를 밝혔다.
단죄비 건립으로 보수와 진보 진영 간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김백일 장군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한국전쟁 때 흥남철수작전을 진두지휘해 국군과 피란민 10만 명을 살린 영웅으로 평가한다. 진보 진영은 일제 강점기 만주군 중대장으로 활동하면서 항일 독립군 진압을 주도해 친일파로 규정한다.
동상은 2011년 5월 흥남철수작전 기념사업회가 설치했는데, 이때도 논란이 불거졌다. 기념사업회가 포로수용소 내 ‘PX 잔조시설(도문화재 99호)’ 옆에 동상을 세우자, 시민단체들이 ‘친일파의 동상’이라며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기념사업회는 김 장군의 업적을 모독한다며 맞섰다.
동상 철거 논란은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다. 경남도는 동상이 문화재 영향검토를 받지 않은 무단설치물이라며 거제시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고, 시가 행정 집행을 통해 강제철거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기념사업회는 거제시를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내면서 맞섰다.
재판부는 2013년 1·2심에서 기념사업회가 거제시와 동상의 위치 등에 대해 협의한 점과 동상 건립이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설립 목적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념사업회 손을 들어줬고, 현재까지 동상은 존치되고 있다.
시민 김모 씨는 “동상 건립에 이어 단죄비까지 건립되면서 보수와 진보진영 간 갈등을 불러 일으킨 장군에 대한 평가는 후대의 몫으로 남겨두게 됐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