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부산에선 보고도 믿기 어려운 사고가 발생했다. 남구 용호부두에서 출항한 러시아 선적 화물선 씨그랜드호(5998t)가 요트 3척을 잇따라 친 뒤 광안대교 교각을 들이받았다. 당시 놀란 시민은 사고 장면을 영상에 담아 SNS로 전파했다. 화물선 선장 S(43)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6%였다. S 씨는 현재 구속돼 곧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 사고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그런데도 또 대형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인천 남항부두를 출항한 카페리 화물선(751t)의 선장 A(50) 씨가 무려 혈중알코올농도 0.147%의 만취 상태로 운항에 나섰다. 그나마 선박이 기관 고장을 일으킨 게 다행이었다. 구조를 위해 출동한 해경이 ‘운 좋게’ A 씨의 음주 운항을 적발했다. A 씨는 면허도 없었다.
도로 위보다 훨씬 위험한 바다 위 음주운항이 끊이지 않는다. 부산해경 담당 해역(기장군 시랑리~강서구 가덕도 해상)에서만 최근 4년간 연평균 9건가량 음주운항이 적발됐다. 2015년에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2016년부터 1년에 8건씩 3년간 이어졌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벌써 3차례째 음주운항이 단속에 걸렸다.
음주운항 단속 규정은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경은 출항 전 정박한 선박이나 해상에서 이동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불시에 검문한다. 하지만 도로 위 단속에 견줘 빈틈이 많고, 운항 중에 술을 마시는 행위를 모두 단속하기도 사실상 어렵다.
바다에선 사고가 발생하면 도로보다 훨씬 위험하지만, 음주를 단속·처벌하는 기준은 오히려 약하다. 도로 위에선 한 번만 걸려도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바로 면허를 취소·정지할 수 있지만, 바다 위에선 적발 횟수가 3회 이상이어야만 면허 취소 처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음주 교통사고 단속·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처럼 ‘바다 위 윤창호법’을 만들어 대형 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해경 관계자는 “음주운항을 강력하게 단속·처벌하려면 관련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