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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에 간 큰 선장들…‘바다 위 윤창호법’ 제정 시급

만연한 해상 음주운항

  •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
  •  |   입력 : 2019-03-11 19:47:31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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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취 걸려도 면허 박탈 않고
- 어선·낚싯배는 벌금 처분 그쳐
- 조타기 잡은 사람만 처벌
- ‘동승자 방조죄’는 아예 없어

- 입·출항 신고 규정 느슨하고
- 단속도 하는둥 마는둥 소홀
- 예인선 음주운항 적발되기도

음주운항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음주운전보다 훨씬 큰 규모의 피해를 낸다. 그런데도 단속에 빈틈이 많고 처벌 강도도 미흡해 ‘술 취한 배’의 아찔한 운항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광안대교 충돌 등 음주로 인한 해상 사고도 이어진다. 해사법을 개정한 ‘바다 위 윤창호법’으로 참사를 예방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음주 부추기는 솜방망이 단속·처벌

음주운항 단속·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따라 면허를 취소하는 음주운전과 달리, 음주운항은 적발 건수가 3회 이상이 되어야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선박직원법상 첫 적발 때는 3개월 업무정지, 두 번째는 1년 업무정지 조처가 내려진다. 세 번째 적발 때에야 해상면허가 취소된다. 만취해 인사불성 상태로 조타기를 잡아도 면허는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배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음주운항을 묵인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음주운전은 동승자까지 처벌할 수 있지만, 음주운항은 조타기를 잡은 사람만 처벌한다. 특히 음주운전은 ‘윤창호법’ 시행 이후 동승자 처벌 규정이 대폭 강화됐다. 종전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죄’가 적용되는 사례가 많지 않았지만, 윤창호법 시행 이후부터는 방조 혐의가 있는 동승자도 적극적으로 처벌한다. 그러나 ‘음주운항 방조죄’는 아예 법 규정 자체가 없다. 현행 해사안전법상 선박 동승자가 음주를 권하거나 묵인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빈틈 노려 예인선까지 음주운항

항만에서 대형 선박의 입출항과 접안을 돕는 예인선의 선장마저 적발될 정도로 음주운항 정도는 심각하다. 지난 1월 8일 부산 영도구 생도 인근 해상에서 예인선 A호가 음주운항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부산해경 경비정에 걸렸다. 조타기를 잡고 있던 선장(63)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7%로, 형사 입건 기준인 0.03%를 훌쩍 넘긴 만취 상태였다. 141t 규모인 A호엔 승선원 4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

“예인선이 단속될 정도니, 알게모르게 벌어지는 음주운항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지난 4일 해양경찰청과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5년간 전국에서 음주운항으로 적발된 건수는 530건으로, 연평균 100건에 달한다. 선종별로는 어선이 341건으로 대부분이었다. 레저기구 55건, 예·부선 48건, 낚시어선 19건, 화물선 9건, 유·도선과 여객선 각각 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선상 음주문화에 제동 걸어야

음주운항이 만연한 배경엔 잘못된 선상 음주문화가 한몫한다. 어선이나 낚싯배에선 조업이나 낚시하는 도중에 서로 술을 주고받는 사례가 흔하다. 부산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선장 김모(57) 씨는 “낚시꾼들과 온종일 있다 보면 술 한두 잔은 마실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부산해경 관계자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출항하려다가 적발되는 낚싯배 선장도 많다”며 “특히 최근엔 가족 단위로 낚시하는 승객도 많아 음주운항 단속을 더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낚싯배는 영세 어민이 운영한다는 이유로 처벌도 약하다. 5t 미만 선박은 음주운항 적발 때 300만 원 이하 벌금만 부과한다.

입출항 신고 규정도 점점 느슨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어선이나 낚싯배는 입출항할 때 해경에 신고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항할 수 있다. “기본적 안전은 스스로 지켜라”는 취지로 시행된 제도지만, 음주운항을 방치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해양대 정영석 해사법학부 교수는 “차량 사고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형법상 업무상 과실을 적용하는 등 적극적 기소가 가능하지만, 음주운항은 그렇지 않다”며 “음주운항도 사고 경중에 따라 형법을 적용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해사법 자체를 손봐 음주운항으로 중대한 재산·인명 피해를 내면 형사 처벌하는 조항을 새롭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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