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정점 찍었는데 신도시 추진
- 1990년대 화명·해운대 시작으로
- 정관·명지 등 대규모로 조성돼
- 2005년엔 478곳 정비사업 지정
- 영도인구 20년간 40% 줄었지만
- 주민 10%정도 살 대규모 재개발
- 사람 떠난 빈집엔 단전 안내문만
- 1년 이상 빈집 1만8552채
- 기존 도심주민 복지문제 대두
지난 10일 오후 부산 영도구 신선동 영도구종합사회복지관 인근. 두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수십 년은 된 듯한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골목길 구석구석을 한참 돌아다녔지만 인기척이 있는 집을 찾기 힘들었다. 일부 집에는 단수·단전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길에서 겨우 만난 김모(84) 할머니는 “재개발한다고 하더니 사람들이 다 나가서 빈집이 천지다. 나도 곧 딸네 집으로 이사갈 것”이라며 “혹시 집 보러 왔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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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음에도 신도시는 꾸준히 조성돼왔다. 사진은 조성 공사가 한창인 기장군 일광신도시 전경. 부산도시공사제공 |
이곳 일부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공원이었다. 그러다가 공원 내에 무허가 집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은근슬쩍 주거지로 바뀌었다. 하지만 주택이 노후화되면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최근엔 재개발 광풍의 직격탄을 맞았다.
도시가 확장되고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영도구에선 주민이 일자리 등을 찾아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동구 서구 등지 원도심의 인구가 전반적으로 다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영도구는 특히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까지 더해져 신규 유입 인구가 극히 적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6년만 해도 20만3699명이었던 영도구의 인구는 지난해 12만 명을 겨우 넘겼다. 약 20년 만에 40%가 감소한 것이다.
그럼에도 영도구 역시 재개발·재건축 광풍에선 예외 지역이 아니다. 현재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지역만 해도 6곳으로, 예정 세대수를 모두 합치면 1만 세대다. 현재 인구의 약 10% 수준이다. 부산시의회 도시안전위원회 박성윤(더불어민주당·영도2) 위원장은 “영도에서는 인구가 유출되고 있음에도 재개발 사업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외부에서 인구가 유입되지 않으면 10년쯤 후엔 아파트마저도 비어 황폐화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공급과잉 참사 벌어질라
부산시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신도시를 조성하고 택지개발사업을 벌여왔다. 그 결과 1990년대 화명신시가지(현재 인구 13만5000명)와 해운대신시가지(9만3000명)가 조성됐고, 2000년대 들어 정관신도시(8만 명)에 이어, 2010년대 명지오션시티(3만1000명)와 명지국제신도시(3만6000명)가 들어섰다.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지 오래지만 지금도 기장군에선 일광신도시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고, 강서구에서는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사업과 에코델타시티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주택사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전까지는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재개발·재건축사업이 2005년 ‘2020 부산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이 수립된 것을 시작으로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이때 지정된 정비예정구역은 478개소로, 전면 개발방식인 주택 재개발·재건축 구역만해도 266개소다.
부산시는 2010년대 들어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속도 조절하고자 일부 구역을 해제했으나 지금도 재개발(130개소)·재건축(90개소)을 합쳐 220개 구역이 대상지로 지정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재개발 사업은 130개 구역 중 33곳이 이미 사업이 완료됐고, 75%인 90곳이 사업 추진 중이어서 앞으로도 한동안 재개발 사업 광풍은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부산대 정주철(도시공학과) 교수는 “재개발·재건축 구역 심의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토지 형질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결국 용적률 상향으로 이어져 주변과의 부조화, 과잉 개발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이 기간 동안 인구는 쉬지 않고 줄어들었다. 부산 전체 인구는 1979년 303만 명으로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어선 후 1991년 389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공동화 도미노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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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구에 산재한 빈집들. 박호걸 기자 |
이 같은 미스매치는 기존 시가지의 공동화를 불러왔다. 전체 파이(인구)는 작아지는데 새 주거지에는 사람이 몰리니 기존 주거지 사람이 빠져나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통계청의 ‘2015 주택총조사 표본조사(20%)’에 따르면 부산지역 빈집은 8만6626채로, 12개월 이상 비어 있는 집이 21.4%(1만8552채)나 차지한다. 일부 혹은 반 이상 파손된 집도 5.9%다. 10채 중 6채가 빈 것은 ‘매매·임대·이사’ 때문이었다.
지난 10일 오후 부산진구 개금동 국민주택 인근 경로당에서 만난 이모(82) 할아버지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영주터널 뚫는다고 여기로 이사가라고 해서 오긴 했지만 너무 산꼭대기라서 살기 힘들었다”며 “이제 젊은 사람들은 이런 데 안 오니까 지금은 집이 100채 넘게 비어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공동화가 원도심에 국한되지 않고 신도시까지 퍼진 점이다. 실제로 1기 신도시인 해운대신시가지의 경우 조성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인구 감소가 당면한 현실이 됐다. 해운대신시가지의 인구는 1999년 10만4231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하락해 지난해엔 9만3806명으로 약 10% 줄었다. 같은 기간 해운대구 전체 인구는 40만8780명에서 40만9347명으로 소폭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부산시의회 박민성(더불어민주당·동래 1) 의원은 “주택지가 모여 있는 원도심에서 살던 사람들이 신규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가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살던 아파트에서 더 크게 조성된 새 아파트 단지로 이동해 공동화 지역이 갈수록 늘어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정주철 교수는 “주거지에서 빠져나가고 싶어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복지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하송이 박호걸 기자 songya@kookje.co.kr
공동기획: 국제신문 부산시의회
※ 이 취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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