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민간 사업이란 이유로
- 위반 적발 불구 행정지도 그쳐
- “정부 차원의 전면 점검 필요”
부산 금정구 서·금사 재개발 촉진 5구역 조합장이 금품 수수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하는(국제신문 지난 18일 자 8면 보도) 등 재개발·재건축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공적 개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보면 재개발·재건축은 크게 3단계인 계획, 시행, 완료로 구분된다. 정비기본계획을 세우고 정비구역을 지정한 뒤 ▷조합 설립 ▷사업시행계획 수립 ▷조합원 권리가액 산정 ▷분양가 확정 ▷철거 ▷아파트 건립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단계별로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만, 사업 주체인 조합은 주민이 중심이 되는 터라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조합의 업무는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나 시공사 등이 대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합이 정비업체를 선정하거나 시공사와 공사비를 놓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조합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인허가권을 가진 행정관청의 개입이 더해져 갈등과 부패의 구조가 형성된다.
특히 조합이 설계 계획을 세우고 시공사를 선정하는 시행단계에서 조합장의 뇌물 수수, 시공사의 금품 살포 같은 비리가 만연하다. 이 같은 비리는 사업을 지연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조합 임원이 부당이득을 챙기는 동안 조합원은 상호 갈등하고 건축행위 제한에 따른 재산권 피해까지 입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나 지자체는 재개발·재건축이 ‘민간 사업’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다. 부산시는 2017년부터 매년 한 차례 ‘조합운영 실태점검’을 진행한다.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조합을 대상으로 예산 집행상 회계 처리의 적정성, 총회나 대의원 대회 운영의 정보 공개 여부 등을 확인한다. 시는 지금까지 30여 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지만 대부분 행정지도에 그쳤다. 시 관계자는 “점검은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조합 운영을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단속’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나 지자체가 공적 개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대 최열(건설융합학부) 교수는 “비리는 회계 장부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묵시적인 곳에서 나온다. 또 사업시행계획이 추진된 단계라면 이미 부정이 다 저질러진 시점”이라며 “철저한 단속 의지를 보이며 민간 사업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 직무대리는 “국토부가 각 지자체와 함께 전면 점검을 진행하고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고소 및 고발에 들어가야 한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모든 문서에 대한 전자 결재 의무화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