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좁은 길 곳곳 불법 주정차
- 통학로 차·학생들 뒤섞여
- 시내 스쿨존 내 교통사고
- 70% 이상 등하교 시간 집중
- 학부모들 “시행 늦었지만 환영”
- 인근 주민·상인 “취지는 공감
- 등하교 시간만 제한해야” 반발
- 시 “주민 협조 얻어 불편 최소화”
- 일방통행 등 교통체계 재정비도
부산시가 사람 중심 보행 도시 만들기의 세부 과제로 시내 모든 초등학교에 ‘아보자(아이들 보행 자유존)’ 조성을 추진한다. ‘아보자’에는 올해 1호 정책인 보행 혁신 종합대책 중에서 학교 주변 안전한 보행 환경만큼은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시의 의지가 담겼다.
■“차라리 대로가 더 안전”
지난 22일 하교 시간 사하구 한 초등학교 정문 앞. 대형 공장 밀집지와 이어진 대로에서 좁은 골목을 지나야 학교 정문을 찾을 수 있었다. 좁은 길 곳곳을 불법 주정차 차량이 점령했다.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한 구조물도 설치됐지만 소용없었다. 구조물 사이사이 자동차가 주정차돼 정문을 나온 어린이들의 보행을 방해했다. 이 와중에 마중 나온 학부모들의 승용차와 학원 통학용 승합차가 골목길에서 뒤섞여 경적을 울렸다.
이에 앞서 이날 등교 시간대 서구의 또 다른 초등학교 앞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출근 차량과 통학용 차량이 걸어서 통학하는 어린이와 학부모들을 위협했다. 한 학부모는 “학교 입구나 주변만큼은 어린 학생들을 위해 당연히 차량 통행을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고가 날까 봐 아이 혼자 보내지도 못한다. 차라리 신호등이 있는 큰 도로가 학교 앞보다 안전할 정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의 집계를 보면 스쿨존 내 교통사고의 70% 이상이 등하교 시간에 집중된다. 2015년 스쿨존 내 전체 사고 51건 가운데 등하교 때 발생한 사고는 37건으로 72.5%를 차지했다. 2016년에는 전체 49건 중 36건(73.5%), 2017년에는 46건 중 38건(82.6%)이 등하교 시간에 벌어진 사고였다. 등하교 시간에 발생한 사고는 대부분 어린 학생이 피해자다. 시가 ‘아보자’ 조성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 있다.
■주민 불편 해소가 관건
학부모들은 스쿨존 내 차량 통행 제한과 노상 주차장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아보자’를 크게 반겼다. 류정희(여·38·해운대구) 씨는 “조그만 한 아이들이 자동차에 위협받으며 학교를 오가니 걱정이 많았다”며 “늦었지만, 기분 좋은 소식이다. 시행되면 당장 나부터 아이와 함께 걸어서 학교를 오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인근 주민과 상인의 반응을 다소 회의적이다. 정주영(50·동래구) 씨는 “학교 근처에 사무실이 있다. 어린이의 안전을 생각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영업상 꼭 통행해야 하는 차량의 출입은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며 “특히 노상 주차장이 폐지되면 불법 주정차가 오히려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성준(55·부산진구) 씨는 “주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곳은 통학로가 곧 주민 통행로인데, 전면 통제보다는 등하교 시간에만 제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등학교장은 “학교에서도 등하교 시간 통학로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자동차가 많이 지나면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등하교 시간만큼은 차량 통행 제한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스쿨존 내 차량 통행을 전면 제한하면서도,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는 부식차 등 학교 운영에 필요한 차량의 진입은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또 학교 인근 차량 흐름을 고려해 일방통행로를 확대하는 등 주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시 관계자는 “어린이의 안전한 보행 환경을 만들기 위해 주민과 학교, 학부모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송진영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