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 전문대 진학·8년간 요리사하다
- 작년 초 부모님 반대 무릅쓰고 돌아와
- 지역 대표작물 산딸기 농사 실패로 쓴맛
- 요즘 핫한 ‘백향과’ 비장의 작물은 결실
- 경험 키우려 전국 농업 전문기관 이수
- 백향과 재배기술 영어 서적 구해 독파
- ‘동카이네 생생팜’ 브랜드 직접 제작도
- 정부 ‘미래 청년창업농’ 되며 점차 성장
- “농사 1년 남짓 … 소득 많지 않지만
- 재배 면적·판로 늘리면 수익 늘 것
- 산딸기도 5년 내 가공식품 개발 예정”
호주에서 셰프로 일하던 겁 없는 20대가 고향 땅에서 칼 대신 삽을 잡았다. 신세대답게 빠르게 농업 지식을 습득하고 구축한 온라인 판매망을 무기로 꿈을 일궈가고 있다. 김해시 생림면 마사리 송촌마을의 청년 농부 문동환(29) 씨 이야기다.
문 씨의 귀향 기간은 짧다. 지난해 1월 입국하기가 무섭게 산딸기와 열대 과일인 백향과(패션 프루트) 재배에 뛰어들었다. 어릴 적 곁눈질로 익혀온 농사 경험이 전부지만 첫해부터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문 씨는 농업 전문기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부족한 농사 경험을 메워나갔다. 산딸기 농사는 대실패였다. 하지만 가지마다 주렁주렁 백향과 결실이 맺혔다. 덕분에 정부로부터 미래시대 농군을 상징하는 청년 창업농 인증도 받았다. 초보 농군의 못 말리는 농촌 정착기를 들여다봤다.
■잘나가는 셰프에서 초보 농군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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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동환 씨가 경남 김해시 생림면 농장에서 재배에 성공한 열대과일 백향과(패션 프루트) 과육 상태를 점검하며 환하게 웃고있다. 보라색 공모양의 백향과는 익으면 저절로 땅에 떨어져 수확하기도 쉽다. 박동필 기자 |
고향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문 씨는 2012년부터 호주의 시드니 비즈니스 컬리지(전문대)에 진학해 경영학을 공부했다. 아르바이트 자리였던 시드니의 중국 음식점에서 요리실력을 갖춘 어엿한 셰프로 대접을 받았다. 식당 내 서열 2위까지 올라갔다. 그곳에서 대구 출신으로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온 부인(26)을 만났다.
모든 게 순탄해 보였지만 새로운 난관이 덜컥 문 씨 발목을 잡았다. 그는 “당시 호주 정부가 외국인 비자 발급 조건을 까다롭게 했다. 8년간 요리사로 지냈지만 대학 전공자만 영주권을 발급해줘 호주에 상주하기가 어려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자 했던 꿈도 접은 채 집사람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행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해 지난해 1월 부모님의 논을 빌려 2가지 작물을 심었다. 지역 대표 작물인 산딸기와 최근 뜨고 있는 열대 과일 백향과였다.
문 씨는 ‘동카이네 생생팜’이라는 브랜드도 직접 만들었다. ‘동카이’는 동환 씨의 아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산딸기 농사에서 1000만 원 이상은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수익은 500만 원에 그쳤다. 땅심을 키우려면 소 분뇨 등 유기질 비료를 뿌려야 하는데 화학비료에만 의존한 결과였다.
■경험 부족 해소 노력…청년 창업농으로 성장
성과도 없지 않았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미래 농군으로서 그의 열정을 높이 사 지난해 7월 청년 창업농으로 선정했다. 연리 2%인 저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혜택도 받았다. 당장 소득은 없었지만 신출내기 농사꾼을 인정해 주니 어깨가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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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보 농군 문동환 씨가 만든 브랜드인 ‘동카이네 생생팜’. |
첫 농사 실패로 실의에 잠겨 있을 즈음 문 씨의 부모님은 “호주에서 배운 요리 기술을 썩히기 아까우니 도시에서 식당을 열어라”고 말했다. 문 씨는 셰프 경험도 있어 잠시 흔들렸지만 아내로부터 “애초 꿈을 키워나가는 게 맞다”는 격려를 듣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섰다.
전문 농사꾼이 되려고 농민 교육프로그램 이수에 더 매달렸다. 김해시 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 교육, 서울에 있는 경기도 산림조합중앙회 버섯교육, 부산대 밀양캠퍼스의 귀농 사관학교 교육 등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흙을 떠나 있을 때 그의 옆구리에는 항상 책이 꽂혀 있었다. 그 결과 문 씨는 농업기술원으로부터 경남농업기술원장상을 받았고 부산대 총장상도 받았다.
■땀 흘린 가치를 인정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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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동환 씨가 출하를 앞둔 백향과를 선보이고 있다. |
문 씨는 자신이 관리 중인 시설하우스 내부로 기자를 안내했다. 문을 여니 포도나무 같은 긴 줄기에 보라색의 둥근 공 모양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가 지난해 3월부터 묘목을 심었던 백향과다.
국내에는 관련 재배 기술 서적이 없어 호주에 있는 영어로 된 전문 서적을 인터넷으로 구해 독파하고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백향과는 ‘백 가지 향이 난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열대지방 과일이다. 비타민 C와 비타민 B3도 풍부하다. 비닐하우스에서 4월까지 수확하는데 서울 가락동 농산물시장에서 4개 포장단위로 3500원에 팔릴 정도로 고가다.
그는 “셰프를 하면서 농산물 시장에서 요리 재료로 눈여겨봤다. 올해 첫 수확인데 올해 700만 원 수익이 예상된다.일 년에 두 번 수확하니까 전체로는 1400만 원 수익이다. 재배 면적을 늘리면 쏠쏠한 수익이 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국내에는 생소해 판로에 어려움이 있지만 최근 이 과일을 활용한 요구르트, 음료 등이 출시돼 전망이 좋다.
백향과는 물론 희소가치가 있는 산딸기도 전망이 좋은 만큼 재배면적을 넓히고 5년 내 가공식품까지 개발해 부농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각오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