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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미풍 ‘조미료 전쟁’ 천광-동산 ‘비누 전쟁’…한때 고소전 비화

거벌리에 꽃핀 향토기업들 ② 연제구 조미료·비누업체 지역업체들과 라이벌전

이야기 공작소- 도란도란 연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26 18:54:5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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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원 vs 미풍

- 미원의 모태였던 동아화성공업
- 대신동서 첫 조미료 공장 건립
- 거제동 이전 후 CJ 미풍과 경쟁
- 1970년부터 20년간 법정 공방

# 천광유지 vs 동산유지

- 1960, 70년대 대표 회사 천광
- ‘밍크비누’ ‘투명비누’ 큰 인기
- 81년 동산과 상표권 도용 시비
- 평화유지는 세탁비누로 급성장

부산 연제구는 한국 조미료 시장을 새로 연 ‘미원 청정원’ 대상그룹의 역사와 맞물려 있다. 또 ‘리베라위스키’를 시장에 내놓은 양조회사 역시 연제구에 있었다.
   
1952년 당시 거제리를 지나는 전차 선로와 거제리 들녘. 부산 연제구에는 평화유지 영남유지 천광유지 등 비누 제조업체들이 자리 잡았다. 이상길 씨 제공
연제구는 우리나라 비누 공업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부산지역 비누 공업은 1950년 동산유지가 첫발을 내디뎠는데, 아시아 최대 생산시설을 갖춘 비누 전문 제조업체였다. 연제구에는 평화유지 영남유지 천광유지 등이 자리 잡았다.

■ 거제동 온천천 일원 미원 공장

1956년 1월 31일 부산 서구 대신동에 150평 규모의 조미료 공장을 세운 게 한국 최초의 조미료 공장인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이다. 창업자는 임대홍과 한현석이었다. 이들은 1956년 신선로표 미원을 공식 상표로 설립하고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1958년 9월 미원의 전신인 미왕산업을 설립하여 조미료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미원 제조설비였던 ‘석부(石釜)’를 제조하고 1959년 부산 서면으로 공장을 이전했으며, 1960년 발효법에 의한 MSG인 ‘미원’을 생산하였다. 1962년 12월 상호를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에서 미원㈜으로 바꾸고 승승장구하였다. 이후 미원은 거제동 1468 온천천 옆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1963년에는 미원과 미풍 간 역사적인 대결투가 시작된다.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이 미풍을 출시하며, 미원의 아성에 도전했다. 두 제품의 판촉 경쟁은 1970년 초 금반지 경품으로 더욱더 유명해졌다. 1972년에는 당시 설탕 품귀 현상을 계기로 제일제당이 자사 생산품 설탕 10kg 한 봉지에 미풍 1kg을 끼워 판매하는 판촉전을 구사하자, 미원은 소비자 가격을 인하하는 전략으로 대응하였다. 미원과 미풍 간 라이벌 의식은 1970년부터 1990년까지 무려 20년간 고소·고발로 이어졌고 1991년 인공 조미료 유해 논란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1971년 7월 그동안 법인 설립등기를 각각 달리했던 부산 미원(대표 한현석)과 서울 미원(대표 이휴)이 통합해 출범했다. 서울 미원을 부산 미원에 흡수·통합하는 것인데, 본사는 서울 미원에 두고 공장은 부산에 새로 짓던 빙초산공장으로 확정했다. 1977년 7월 미원 부산공장이 서울 미원에 완전히 흡수되었다.

미원그룹은 1987년 하반기 부산공장 설비를 군산공장으로 이전하면서 부산공장에는 전분 및 전분당 공장을 설립하였다. 1997년 11월 계열 식품회사인 화영식품, 청정식품, 베스트푸드 미원 등 3개 회사를 통합하여 미원주식회사로 새로 발족시키고, 미원그룹을 대상그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새롭게 출범했다.

‘미원의 아버지’ 임대홍은 한국 식탁의 역사를 새롭게 하고 한국 조미료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 ‘리베라위스키’의 복수양조

복수양조공사(福壽釀造公 司)는 부산 중구 신창동 1가 3에 제조공장을 두고 ‘리베라위스키’를 출시했다. 쌀을 가공하여 만든 알코올 농도 42도의 ‘리베라위스키’는 ‘文化人(문화인)의 洋酒(양주)’라는 부제를 달고 승승장구했다. 1958년에는 서울출장소도 두었으며, 이듬해에는 연제구 연산동 1371의 2로 공장을 이전했는데 지금의 부산시청 녹음광장 북쪽에 해당한다. 복수양조는 1952년부터 1959년까지 꾸준하게 신문 광고 등을 통해 사세를 확장했는데, 1959년 연산동으로 공장을 이전한 뒤 1960년대 이후 이 회사의 사정을 알 수 없다.
   
‘리베라위스키’를 출시했던 1959년 당시 연산동 ‘복수양조’ 공장 전경.

■ ‘말표 세탁비누’의 천광유지

천광유지는 1953년 3월 10일 연제구 거제동 469, 현 거제역 앞 주차장 터에서 박시준(朴時俊)이 창립하였다. 말표 세탁비누라는 브랜드를 앞세운 천광유지는 1960, 70년대 부산의 대표적 비누 제조회사였다. 천광유지는 중저가 브랜드로는 말표비누와 사슴표 비누로, 고급 브랜드로는 밍크비누로 경쟁했다.

1966년 천광유지는 밍크비누가 밍크 오일을 배합한 고급 미용비누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밍크비누는 고급 선물용으로 양철통 상자에 예쁘게 담아 중·상류층을 겨냥한 전략상품으로 내세웠다. 밍크비누 선물세트는 설과 추석 등 명절 고급 선물용으로 큰 인기를 이끌었다.

천광유지는 밍크비누 시판 때 다소 특이한 광고를 했다. 이 비누가 처음 생산된 1966년이 백말띠 해라는 것을 강조했다. 백말띠 해 출생 여성은 고집이 세고 팔자가 드세다고 생각하는 사회 통념에 정면으로 맞서는 내용으로 밍크비누 신문 광고를 했다. ‘66년에 탄생한 밍크비누는 백말띠 양’이라는 주제로 밍크비누의 성분을 소개하는 파격적인 광고를 제작했다.

1965년 전국 개인 고액 납세자 명단을 살펴보면 합판 제조업으로 전국에 명성을 떨치던 동명목재 강석진 회장이 9100만 원으로 최고액 납세자로, 락희화학 구인회 회장은 6300만 원으로 2위에 올랐는데 천광유지 박시준 사장의 납세액은 823만 원이었다.

1966년 11월 우리나라 최초의 주방세제가 애경유지에서 생산, 발매되었다. 당시 ‘세제’ 하면 공업용이나 세탁용이 전부라고 여기던 상황에서 애경유지공업(현 애경)에서 ‘주방 세제’라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트리오’ 브랜드의 이 제품은 ‘야채 과일 식기’ 세 가지를 동시에 닦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천광유지에서는 1967년 3월 ‘뉴스타’라는 주방세제를 출시하면서 창립 16주년 기념으로 200만 원 경품부 특매에 돌입하는 등 대대적인 신문 광고로 대응했다. ‘행운의 순금반지를 찾으세요’라는 카피를 내세운 신문 광고는 주부라면 누구나 반할 만한 내용이었다. 곧이어 락희유지공업(럭키, 현 LG화학)이 1967년 7월 주방세제 ‘에이퐁’을 내놓으면서 주방세제 경쟁에 불이 붙었다.

1968년 3월 천광유지는 야심작으로 새롭게 개발한 ‘밍크비누 100만번’을 선전하기 위해 부산에서 개인이 사육하던 밍크 두 마리도 서울박람회장으로 공수해 왔다. ‘밍크비누 100만번’은 이 비누를 제작하기 위해 백만 번의 실험을 거쳐 완성한 것으로 프랑스 고급 향수와 미국에서 개발한 자외선 차단제를 함유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1975년부터 천광유지는 새로운 도약기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스테아르산 및 오레인산을 제조하는 데 성공하고, 투명비누를 개발하였다. 이는 천광유지의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고품질 제품 생산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동아일보 1981년 8월 12일 자 기사에는 천광유지와 동산유지(대표 김정관, 부산 사하구 하단동 845) 간 상표권 도용 시비 내용이 다뤄지기도 했다.

1989년 11월 천광유지는 은행권 대출금지라는 최악 상황을 맞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1990년 8월 재차 금융부실 거래 기업으로 지목받았다. 세탁기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세탁비누 시장은 점점 위축됐고, 비누 시장의 고급화로 중소 비누 제조업체의 입지가 계속 좁아졌다. 부산의 대표적 비누업체 중 하나였던 천광유지가 거제동에서 학장동으로 이전한 시기와 폐업한 시기는 알 수 없다. 다만 천광유지의 학장동 사업장 터에는 1992년 2월 입주를 시작한 금강아파트가 자리 잡았다.
   
1966년 5월 10일 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천광유지의 ‘밍크비누’ 광고.

■ 거제동으로 이전한 평화유지

평화유지공업㈜은 1953년 7월 23일 부산 중구 부평동 3가에서 비누 제조, 판매 및 무역 등을 하는 법인으로 설립되었다. 설립자는 김일국(金逸國)이다.

1963년 우리나라 비누 제조업체는 애경유지공업사, 락희유지공업사, 평화유지공업사, 동산유지공업사, 무궁화유지공업사 등 5곳이 대한유지공업협회 소속 회원사였다. 당시 공법 480호에 의거한 원조자금에서, 그해 우지(牛脂)자금이 전년보다 크게 줄어들어 원료 부족 탓에 공장 가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세탁비누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는 신문 공고문이 실리기도 했다.

   
평화유지는 1970년 2월 연제구 거제동 146의 18로 이전했다. 평화유지는 1974년 12월 초 경영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1988년 회사정리 절차에 들어갔다가 1997년 1월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회사정리 절차 종결을 받았다. 2002년 10월 본사에서의 제조를 중단하고 2003년 1월 본사를 서울 서초구 양재동으로 이전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

※ 공동기획: 부산연제구·국제신문·(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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