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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보행친화 도시로 <13> 서구 천마산 산복마을길

미로 같은 골목길 굽이굽이엔 피란민 삶이 서려 있다

  • 오광수 기자
  •  |   입력 : 2019-03-28 19:40:01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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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초장동 관통 총길이 2.6㎞
- 산복도로 특성상 보행길 좁지만
- 탁트인 전망대 곳곳서 반겨줘
- 묘지 비석으로 집 지은 비석마을
- 공동체 사업장 아미문화학습관
- 이태석 신부 생가도 만날 수 있어

이번엔 부산 서구 천마산 산복마을길이다. 비석문화마을과 아미문화학습관, 한마음 행복센터, 하늘 전망대, 누리바라기 전망대, 부산항 전망대를 연결하는 구간. 이는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아미·초장동 등을 관통하는 코스로, 근·현대 산복마을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또 용두산공원(부산타워), 자갈치시장, 영도대교 등 원도심 풍경을 조망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영화 ‘국제시장’에 나오는 장면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부산 서구 천마산 하늘전망대에서 외국인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뒤편으로 영도대교, 부산항 남항 등 원도심 풍경이 보인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천마산 산복마을길 전체 구간은 2.6㎞ 정도인데, 비석문화마을의 미로와 같은 좁은 골목을 굽이굽이 돌다 보면 더 길어지게 된다. 천마산 초입의 하늘산책로 등 일부 전용 보행덱이 있지만, 산복마을의 특성상 팍팍한 다리는 어쩔 도리가 없고, 전반적인 보행 여건 역시 좋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걷는 재미는 쏠쏠하다.

■ 보물찾기 같은 비석 찾기

   
도시철도 1호선 토성역에서 시작한다. 토성역에 내리면 역사 곳곳이 감천문화마을에 관한 내용 일색이어서 역을 잘못 찾은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이는 비석문화마을과 연결되는 감천문화마을이 아무래도 더 유명한 까닭일 터이다. 6번 출구로 나와 부산대병원 암센터 앞 버스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비석문화마을로 가려면 아미골 공영주차장 쪽보다는 아미로의 산상교회에서 내리는 게 편하다.

비석문화마을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공동묘지가 있던 곳. 6·25전쟁 때 피란민이 이곳에 판잣집을 지어 살면서 마을이 생겨났다. 피란민은 해방 이후 방치돼 있던 공동묘지의 비석을 담장이나 주춧돌로 삼아 집을 지었다. 이렇다 보니 지금도 바닥과 축대, 벽 등지에 비석과 상돌 등이 박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산상교회 앞에 내리면 아미로 상에서 ‘묘지 위 집’을 보게 된다. ‘구름이 쉬어가는 전망대’로 향하는 입구에는 비석문화마을 안내판에 ‘묘지 위 집’을 비롯해 ‘가스통 밑 비석’ ‘축대 비석’ ‘수돗가 비석’ ‘놀이터 계단 비석’ ‘안심쉼터 비석’ 등의 위치를 사진과 약도로 표시해 놓았다. 보물 찾기처럼 이들 비석을 찾아보는 묘미가 있으나, 주민들의 주거 공간이므로 조용히 다녀야 한다. 일부 비석은 찾기 어렵다. 사라졌을 수도 있다. 좁은 골목길 곳곳에서는 알록달록하게 색칠된 주택의 벽과 담장, 벽화 등을 만나게 된다. 피란 시절 삶이 흔적이 녹아 있는 공간이다. ‘구름이 쉬어가는 전망대’는 작은 공간에 도깨비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잘 가꿔 놓았는데, 포토 존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다

   
비석문화마을 ‘구름이 쉬어가는 전망대’의 도깨비 조형물.
다시 산상교회 쪽으로 내려와 아미골 공영주차장에서 천마산로 방면으로 꺾어 들어간다. 이 지점에는 ‘1960 1970 1980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다’를 주제로 주변 지역 옛 모습을 담은 거리 사진 갤러리가 있다. 피란 시절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천마산로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부산항 전망대에 이르기까지 보·차도 경계가 없고 도로 역시 좁다.

천마산로에 접어들자마자 기찻집 예술체험장과 만난다. 아미맘스(동네 젊은 어머니들이 운영하는 마을공동체 기업)가 쿠키와 케이크, 팔찌, 음료 등의 만들기 체험과 제품 판매를 하는 곳이다. 이어 아미초등학교 인근의 아미문화학습관. 이곳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으로 만든 지역 공동체 사업장인데, 천마산로와 맞닿은 3층에 카페가, 2층에는 최민식(대한민국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갤러리가 마련돼 있다. 이 건물 1층은 아트 페이스, 지하 1층은 공부방이다.

   
인근 축대의 묘비.
천마산로는 계속된다. 하늘산책로 야외 갤러리, 밸브를 돌려 천마산의 소리를 듣는 ‘소리 나팔꽃’(2017, 정만영 작), 풍천 카페 등이 있는 한마음 행복센터를 잇는 260m 구간에 목재 보행덱인 하늘산책로가 있어 호젓하게 걷기에 그만이다. 한마음 행복센터에서 400여 m 더 가면 천마산 하늘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6·25전쟁 때 피란민 삶의 흔적을 간직한 산동네 풍경을 볼 수 있다. 하늘전망대에서 400여 m 떨어진 누리바라기 전망대에서 길이 넓어지는데, 여기서 100여 m 떨어진 부산항 전망대로 향하면 길은 다시 좁아진다. 부산항 전망대에서는 ‘수단의 슈바이처’의 이태석(1962 ~ 2010) 신부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생가(서구 남부민동)가 가깝다. 바로 아래 남부민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오광수 기자 걷고싶은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공동기획:부산시·국제신문·(사)걷고싶은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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