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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적정도시로 <6> 도시 현실 진단- 도로

기형적인 도로망, 도시 단절 주범… 잇단 재개발에 더 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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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하기 힘든 도시 부산’ 오명
- 치밀한 분석 없는 도로 개설에
- 예산난·정치 입김에 좌우된 탓

- 적은 평지·배산임해 지형 한계도
- 터널 뚫고 민자도로로 땜빵 대처
- 제대로 계획된 생활권 구축 소홀
- 외곽 개발만 치중… 이동 부추겨

- 2020년 도로일몰제 시행 땐
- 사라지는 도로 면적 92만㎡
- 도시 연결성 앞으로 더 위태

‘운전하기 힘든 도시 부산’이라는 오명은 단지 운전자의 기질 탓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부산은 예산난, 정치적 판단 등에 따라 도로 계획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던 데다 산을 등지고 바다를 앞에 둔, 평지가 길게 펼쳐진 지형적 한계까지 겹쳐 지금의 기형적인 지선망을 갖게 됐다. 여기에 끊임없는 외곽 개발로 이동 수요가 꾸준히 늘고, 최근엔 있던 도로마저 단절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도시 연결성이 무너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로는 치밀한 통행량 분석 후 계획적으로 지어야 하는 시설이다. 2일 부산시 금정구 동현로 서동 방향에서 바라본 뉴타운교(왕복 6차선)는 통행량이 적어 텅 빈 반면, 같은 날 북구 만덕동에서 만덕2터널로 향하는 차량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박수현 박호걸 기자 parksh@kookje.co.kr
■‘계획’이 실종된 도로

부산 금정구 ‘뉴타운교’. 서동 일대에 뉴타운 광풍이 몰아쳤던 2009년 사업지 10곳과 중앙대로를 연결하기 위해 왕복 6차로로 건설됐다. 금정구는 2023년까지 뉴타운교~서동 반송로 구간(2.2㎞)을 왕복 2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총사업비 1188억 원 중 지금까지 555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고질적 정체에 시달려온 서동고개 도로 대부분은 여전히 왕복 2차로다. 병목 현상이 반복되면서 수백억 원이 투입된 도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동래구 수안로는 1980년 6월 생긴 왕복6차로 도로다. 수안로가 제 역할을 하려면 ‘온천천횡단교’가 건설돼 연제구 과정교차로와 연결되어야 한다. 동래구와 연제구는 2010년 온천천횡단교 건설을 계획했으나, 예산 193억 원을 확보하지 못해 방치됐다. 지난 1월에야 다리 건설 예산을 확보해 공사가 시작됐다. 수안로는 40년가량 텅빈 채 일부 차량만 수용할 뿐이었다. 부산시의회 박민성(더불어민주당·동래 1) 의원은 “계획과 예산 확보가 어긋나면서 이미 만들어 놓은 도로가 그 기능을 상실한 경우가 많다. 이런 도로는 사실상 불법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도로 개설이 정치인 실적 쌓기용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2일 국제신문이 입수한 2010년 부산시 예산안 계수조정 조서를 보면 구·군의 필요와 시 계획에 따라 요청된 사업 예산이 삭감되고, 당초 계획에 없던 도로 개설에 배정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부산진구 A 공영 주차장 일대 도로 개설 예산 5억 원이 삭감된 대신 예산안에 없던 B동 일대 도로 개설에 5억 원이 증액됐다. 동아대 김회경(도시공학과) 교수는 “도로 계획 자체는 전문가의 분석에 따라 장기적으로 수립돼 있다. 그러나 정치인이 어느 사업에 먼저 예산을 투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구조라 계획에도 없던 도로가 개설되거나 우선순위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필요’보다 ‘만들기 수월한’ 도로가 우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산대 정헌영(도시공학과) 교수는 “도로를 놓는 데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게 보상금이다. 기초단체가 이를 줄이려고 복개도로 만들기에 주력해 도로가 하천을 따라 발달한 기형적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태생적 한계

부산의 환경적 요소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배산임해(背山臨海).’ 산을 등지고 바다를 앞두고 있는 지세는 대도시 교통상 특히 불리하다. 서울 대전 같은 평지 도시는 가로구획이 가능해 간선도로의 기능을 분산하는 보조간선도로 개설이 가능하다. 반면 부산은 절대적인 평지가 작아 보조간선도로 개설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김회경 교수는 “평지가 적어 남북으로 형성된 중앙대로를 기준으로 대부분 도로가 형성됐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터널을 뚫고 바닷길을 만들었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터널과 바닷길 도로는 공사비도 많이 들어 민자도로가 많다. 시민의 부담도 커지는 형태”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역사적 비극도 부산 도로 사정이 악화하는 데 일조했다. 6·25전쟁이 끝난 후 부산은 도처에 세워진 판잣집을 철거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당시 판잣집은 5만1000동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철거작업을 시작했지만, 피란민이 그대로 눌러앉은 경우가 많아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후 1954년까지 철거된 판잣집 수는 3412동에 불과해 전체의 90% 이상이 그대로 남았다. 고지대에 가옥이 다닥다닥 붙은 형태로 남은 판잣집촌은 도로 개설에 큰 어려움을 남겼다.

이런 상황은 규정에도 없는 도로를 양산했다. 법적 도로 최대 경사도는 17%이지만 1999년 관련 규정이 생기기 이전 개설된 도로는 이를 넘긴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정헌영 교수는 “산복도로와 연결된 세로형 도로는 폭이 좁고 높은 경사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며 “화재의 위험이 커 소방차가 진입하는 도로라도 만들어줘야 한다. 부산은 법 규정을 100% 지키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문제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살기 좋은 도시의 기본 요건 중 하나로 ‘연결성’을 꼽는다. 필요한 시설들에 빠르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느냐가 도시 계획의 견실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부산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으로 있던 길도 끊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소로가 거미줄처럼 얽힌 재개발 사업지나 여러 아파트 단지를 묶어 단일 단지로 개발할 경우 그 사이에 놓인 도로는 아예 없어지거나 있더라도 주민들만 통행해 도시 단절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2010년 입주를 시작한 금정구 구서동 C아파트는 당초 단지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통행로를 개방했으나 2012년부터 외부인의 단지 진·출입을 막으면서 이웃 주민과 소송 직전까지 갔다. 부산대 정주철(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산은 재건축 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돼 이 같은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며 “부산은 지역 생활권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은 데다 외곽 개발도 끊이지 않아 이동 수요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도로 일몰제’도 화약고다. 공원 일몰제와 마찬가지로 도시계획상 도로로 지정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중 지정한 지 20년이 넘은 곳은 2020년 7월이 되면 일몰제에 따라 해제된다. 이에 시는 지정한 지 20년이 넘은 37개(113만 ㎡) 장기 미집행 도로 중 12개(21만800㎡)만 남기기로 결정했다. 개수로 보면 약 30%, 면적으로는 19%만 남기고 모두 사라지는 셈이다. 시가 관리하는 도로는 폭 25m이상에 한정돼, 16개 구·군이 관리하는 소로까지 합하면 사라지는 도로의 면적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송이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공동기획: 국제신문 부산시의회

※ 이 취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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