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좁은 인도 폭 탓에 활착도 안돼
- 보행권 놓치고 먼지 저감도 놓쳐
부산 간선급행버스체계(BRT) 2단계 구간 가로수가 대거 뽑혀나갈 위기(국제신문 지난달 28일 자 8면 보도)에 놓인 가운데 이미 준공된 1단계 구간에선 한 번 심은 나무가 곧잘 죽어 수백 그루를 다시 심었는데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BRT 공사로 보도 폭이 좁아진 데다 도로 관리 상태도 나빠 미세먼지 저감 효과와 시민 보행권을 둘 다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1단계 구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2022년까지 계속될 BRT 2~4단계 구간 공사 때 가로수를 보호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래구는 BRT 1단계 구간인 내성교차로~원동IC 3.7㎞에 심긴 가로수 전체에 대해 하자를 조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동래구는 조사가 끝나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가로수를 제거한 뒤 새롭게 나무를 심을 것을 시공사에 요구할 계획이다.
이곳 가로수변은 지난해 2월 만들어진 뒤부터 지금까지 2차례 보충 식재가 이뤄졌다. 부산시가 동래구로 BRT 구간 관리 업무를 넘기기 전인 지난해 6월과 동래구가 관리를 시작한 뒤인 지난해 11월 각각 나무를 다시 심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이곳엔 은행나무 322그루, 이팝나무 58그루, 꽃댕강나무 1만3311그루 등이 심겨 있다.
문제는 2차례나 보충 식재를 했는데도 새로 심은 나무들이 자꾸 죽는다는 점이다. 1차 보충 식재 때 시는 꽃댕강나무 1200그루 등 2400그루를 심었다. 2차 땐 동래구가 꽃댕강나무 380그루 등 모두 600개의 꽃과 나무를 다시 심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BRT 구간 가로수변 나무 상당수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했다.
동래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주순희 의원은 “여전히 많은 구간에서 가로수 수량 자체가 부족하고 상태도 나쁘다”며 “인도 폭이 크게 줄어든 데다, 보도블록 수평화가 부실하고 반파·함몰된 부분도 많아 휠체어 사용자 등 교통 약자에게 매우 ‘나쁜 길’이 됐다”고 지적했다.
내성교차로~원동IC BRT 구간 보충 식재는 하자 보수 기간 만료일인 내년 3월까지는 시공사가 맡는다. 그러나 이후의 식재 등을 관리하는 작업은 오로지 동래구가 예산을 투입해 진행해야 한다.
동래구는 BRT 구간에 유동인구가 많아 가로수변 나무를 밟거나, 자전거가 지나다녀 나무를 죽게 하는 등 인위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다. 구는 나무가 계속 밟히는 곳은 보도로 환원하고, 유지가 가능한 부분엔 울타리 등 시설물을 설치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은 “행정 편의적 정책 탓에 결국 시민만 손해를 보게 됐다”며 “앞으로의 BRT 공사를 할 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가 가로수를 보호하고 보행권을 보장할 확실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