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미콘 공급 견적서 낸 10여 곳
- 느닷없이 “계약 불가” 모두 포기
- 당초 업체가 나서 거래 막은 듯
부산 경남 울산의 레미콘업체 간에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담합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국 곳곳 레미콘업체의 담합을 적발해 잇따라 거액의 과징금 ‘폭탄’을 부과한 상황이라 파문이 인다.
부산 금정구에 사는 건축주 A 씨는 “지역 일부 레미콘업체가 짬짜미해 물량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고 8일 주장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경남 양산시 자신의 사무실 인근에 29억 원을 들여 4층 건물을 세우려고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지난 2월 28일 사업 시행사를 맡은 업체가 부도를 맞았다.
막 골조 공사가 끝난 때였는데, 시행사와 계약한 미장·벽돌업체 등 15곳이 공사비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버렸다. A 씨는 이미 시행사에 23억 원을 줬지만, 시행사는 각 공사업체에 4억5000만 원가량만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랴부랴 A 씨는 새로 돈을 투입해 다른 시행사와 다시 계약하고, 기존 하청업체 대부분과 금액을 조정해 공사를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레미콘을 제공해온 B업체는 “이미 단가를 최대한 낮췄기 때문에 가격 조정은 어렵다”며 원래대로 계약금을 줄 것을 요청했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불거졌다. A 씨는 B업체 대신 부울경의 다른 레미콘업체 10여 곳과 계약을 시도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B업체가 다른 레미콘업체들에 ‘A 씨에게 물량을 주지 마라’는 의사를 전달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견적서를 냈거나 계약 의사를 밝혔던 레미콘업체들이 이후 “레미콘 업계의 전통상 계약이 어렵게 됐다” 또는 “B업체의 요청이 있었다”며 계약을 거부한 증거로 전화 통화 녹취 파일을 제시했다. A 씨는 이 녹취 파일을 근거로 “공정거래법상 거래 거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업체는 “A 씨가 계약금 전액을 준다는 내용의 직불동의서를 쓰겠다고 약속해놓고 이를 어긴 데다,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으려 하고 있다”며 “레미콘업체들에 ‘A 씨가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줬을 뿐 계약하지 말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공정위 부산사무소는 “만약 공문을 보내는 등 결의 행위가 있었다면 담합이 성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레미콘업체의 담합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물의를 일으켰다. 공정위는 지난 2월 대전 세종 충남지역 레미콘 사업자 단체가 정부 조달 입찰 때 담합한 것에 대해 과징금 147억1000만 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8월엔 광주 전남 전북 제주지역 9개 레미콘업체가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 101억9700만 원을 부과받았다. 최근 몇 년간 부울경에선 이 같은 담합 행위가 적발된 적은 없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