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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사령관 같은 할매, 특허 낸 유부주머니로 인생역전 이루다

깡통골목할매유부전골 정선애·백종진 母子 사장

이야기 공작소- 어묵따라 원조따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09 18:51:0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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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으로 시집온 서울 간호사
- 남편 빚 보증 탓 집안 풍비박산
- 깡통골목서 포장마차 생활 시작
- 유부주머니 개발로 승승장구

- 아들도 대기업 직장 접고 가세
- 양념 넣은 비빔당면 메뉴 개발도
- “불도저 같은 추진력의 어머니
- 우물쭈물 아들 답답해하셨지만
- 지금은 뚝심·신중함 환상콤비”

부평깡통시장 한복판에 깡통골목할매유부전골집이 있다. 어묵 골목으로 기준을 보면 조금 외곽지대라고나 할까. 매대에 걸어 놓은 큰 솥에서는 어묵 국물이 설설 끓어오르고, 뿌옇게 솟아오르는 뜨거운 김 아래 초록 미나리 줄기로 감싼 노란 유부주머니가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다. 손님들 사이에 중국말 일본말 등이 들려오고,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깡통골목할매유부전골 백종진 대표가 가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완 제공
경상도 할매의 퉁명스러운 사투리가 툭 튀어 오른다. “유부전골 하나 싸 주소.” 궁금해 슬쩍 물어보기로 한다. “여기 다니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오래 돼놔서.”

흠, 역시 경상도 할매군. 퉁명스러운 말투다. “젊을 때부터 여기 다니셨어요?” 고개를 끄덕끄덕. 그리곤 한마디. “오래됐지, 몇십 년은 됐을걸.”

“맛은 어때요?”

“맛있지, 이래 오는 거 보믄 모르겠나.”

“다른 집들도 이런 유부전골이 많이 있던데요?”

“머라카노, 이 집이 진짜지.”

질문이 귀찮은 무명씨 할매. 건성건성 답해 주고는 종업원이 포장해 주는 유부전골을 손에 들고 총총히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 특허 낸 유부주머니의 원조

   
미나리로 감싼 유부주머니들.
가게의 바깥벽에, 또 처마 아래 벽에 할머니의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다. 아, 저 할매가 바로 그 유명한 깡통골목할매유부전골의 할매로군. 깡통골목할매유부전골의 맛을 보기로 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겨우 빈자리 하나를 발견하고 잽싸게 앉은 후 주문하고 기다린다. 유부전골은 양념한 고기와 잡채가 들어간 유부주머니를 데친 미나리 줄기로 묶고 어묵탕에 끓여 낸 음식이다. 뜨거운 어묵 국물을 후루룩, 한 입 맛본다. 국물이 진하지 않고 부드럽다. 어디 그 유명한 유부주머니를 먹어 볼까. 젓가락으로 살짝 찢어 보니 양념 된 잡채에 고기가 섞여 있다. 유부 피와 함께 씹히는 잡채 맛은 또 다른 별미다. 깊은 맛이다.

이 음식은 부평깡통시장 골목 안에 있던 한 포장마차에서 시작되었다. 이 음식을 개발해 낸 이는 깡통골목할매유부전골의 정선애(1935년생) 씨로 유부전골 한 품목만으로 인생 역전을 이뤄낸 불굴의 할머니다. 정 씨는 1998년 이 음식을 포장마차에서 처음 선보였고, 2002년 유부전골의 핵심인 ‘유부주머니’로 특허까지 취득하였다. 지금은 특허가 난 제품과 유사한 유부주머니를 곳곳에서 볼 수가 있지만 우리나라 유부주머니 원조는 바로 이곳이다.

유부주머니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정 씨의 인생에 닥친 시련 때문이다. 원래 정 씨는 서울 태생으로 결혼과 함께 부산에 왔다. 결혼 전 그녀의 직업은 간호사였고 수간호사까지 지냈다. 부평깡통시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수입 그릇집을 운영하던 총각에게 시집온 정 씨는 가끔 가게에 나와 일을 도우며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았다. 그러다 1984년 평온하던 집안에 한바탕 풍파가 몰아쳤다. 남편이 보증을 잘못 서서 집안이 해체되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 것이다.

몇 년 뒤, 정 씨가 깡통골목에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튀김 종류를 팔았다. 유부주머니를 개발해 낸 것은 1998년이었다. 어느 날, 먹거리 개발에 골몰하던 정 씨는 유부에 떡을 넣은 일본 음식을 보고 반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리 한국인이 좋아하는 잡채를 저 안에 넣어보면 어떨까. 유부주머니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우리 할매는요, 야전사령관입니다.” 아들 백종진(1961년생) 씨의 말이다.

으응, 할매? 엄마가 아니고 할매? 일단 넘어가자. 야전사령관이라고?

“자기 사주가 야전사령관이래요. 우리 자식들도 다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형제는 엄마를 ‘난세의 여인’이라 불렀어요. ‘불도저’라고 부르기도 했고요.” “땅이 있고 옆에 개천이 있다면 할매는 땅을 그냥 파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놓아 땅을 팔겠다는 생각으로 4차선 다리를 놓는 분이었어요. 결국 돈 한 푼 없는 상태에서 그렇게 일을 추진하다 보니 우리 집안은 몇 번의 파국을 겪었지요. 암튼 보통 사람은 아니에요. 길을 걷다가도 하나를 보면 열 가지를 생각했죠. 할매가 보기에 아들은 답답하기 그지없었어요. 항상 ‘뒤로 물러나는 애’라고 타박을 했죠. 아들이 보기엔 또 어머니가 황망해 보였죠. 돈 한 푼 없어도 벌써 그다음 단계를 생각하시는 분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둘 사이엔 알게 모르게 대립하는 면이 많이 있었어요.”

■ 어머니와 아들의 조합 ‘절묘’

   
유부전골(오른쪽)과 비빔당면(가운데).
오호라, 몇 가지 정보를 얻는다. 할매는 엄마고, 엄마와 아들은 서로의 기질에 대해 답답해하는 구석이 있구나. 할매의 캐릭터는 불도저, 밀어붙이는 여전사로군.

“어릴 때 어머니랑 송도에 함께 놀러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고둥이나 소라 같은 걸 그 자리서 삶아 파는 아주머니들이 쭉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어느 한 집에 가시더니 고둥을 솥 그대로, 통째로 다 사시는 겁니다. 어린 마음에도 그게 굉장히 이상해서 나중에 어머니께 여쭤본 적이 있어요. 어머니 대답은 아주 간단했어요. ‘그 아주머니 혼자 어린애를 등에 업고 팔고 있지 않았니?’ 그때 어린 마음이었지만 어머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요.”

감동이다. 불도저라고 해서 추진력만 갖춘 분인가 했더니 따뜻한 마음씨까지. 역시 다른 사람의 먹거리를 감당할 만한 큰 사람이다.

“제가 어머니 일을 돕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유부주머니로 특허를 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였어요. 특허 마무리를 제가 도왔죠. 서울에 있었는데 특허 건에 대해 부산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문득 어머니 곁으로 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장 생활도 좀 싫증이 난 상태였거든요.”

정 씨는 아들이 자신의 곁으로 오는 것을 탐탁잖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들은 명문대 출신으로 대기업에서 영업무역 일을 하던 젊은이였다. 어찌 어머니가 그런 아들을 노점에서 하는 포장마차로 불러들이고 싶었을까. 어머니도 그렇지만 아들 또한 대단하다.

“포장마차에서 어머니와 종일 함께 서서 유부주머니를 팔았어요. 처음에는 진짜 절마가(저 녀석이) 포장마차에 서 있나, 안 서 있나, 보러 오기까지 한 친구들이 있었다니까요. 허허허.”

포장마차는 날로 번창했다. 그 결과로 지금의 가게를 임대해 들어왔고, 임대했던 가게는 2017년 오롯한 자신들의 소유가 되었다. 장림동에 있던 유부전골 공장도 보수동에 땅을 마련해 이전했다. 지금도 깡통골목할매유부전골의 가게 바로 앞에는 빈 매대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원래 정선애 씨가 최초로 시작했던 포장마차이다.

“포장마차에서 가게로 일터를 옮겨온 뒤부터는 어머니와 제가 따로 일했어요. 저는 주로 공장에 있었고, 어머니는 가게를 전담했죠. 서로의 일에 대해선 일절 관여하지 않았어요. 서로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지난해 2월 제가 공장뿐만 아니라 가게도 완전히 떠맡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연세가 있으셔서 몸이 좀 불편하시거든요.”

깡통골목할매유부전골은 유부주머니를 넣은 유부전골 단일 메뉴로 인생 역전을 이뤄냈다. 단일 메뉴를 고수하던 이 가게에 사이드 메뉴가 하나 추가되었다. 지난해 2월 아들이 가게를 완전히 전담하면서 아들이 개발한 양념이 들어가는 비빔당면이 새로 생긴 것이다. “핵심 레시피는 제 머릿속에 있습니다. 지금도 유부주머니에 들어가는 양념 고기 반죽은 직접 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퇴근한 후나 새벽 일찍 나와서 하지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을 만나거나, 취미 생활을 즐길 시간이 별로 없어 아쉬워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선택한 일인걸요.”

   
깡통골목할매유부전골 직영점은 신세계백화점, 동부산몰 등에 입점해 있다. 몇 년 전, 입점과 동시에 들어간 사이드 메뉴가 본점인 이곳에 들어오지 못했던 이유는, 오직 한 가지 메뉴만 고집한 정 씨의 주장 때문이었다. 어머니와 아들, 어머니는 밀어붙이고 아들은 점검한다. 뚝심과 신중함의 절묘한 조합이다.

김민수 ㈜플랫폼 대표·작가

※ 공동기획: 부산중구·국제신문·(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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