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위광고 섞여 있어 단속 어렵고
- 대면구매 안 해 현장체포 난항
- 매년 1만 명 이상 마약사범 체포
- 밀수 넘어 국내 직접 제조도 늘어
최근 재벌 3세와 연예인에 이어 방송인 하일(60·미국명 로버트 할리) 씨의 마약 투약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나라가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경고음이 울린다. 특히 하 씨는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돼 “담배 사듯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의 대중화”라는 영화 속 대사가 현실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에 체포된 하 씨는 10일 수원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하 씨는 인터넷으로 필로폰을 샀다. 실제 포털사이트에서 해시태그(#)를 붙이고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아무런 제재 없이 마약 판매 광고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히로뽕(매스암페타민)’이나 ‘#떨(대마)’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판매자와 연락할 수 있는 SNS 계정 등이 화면 최상단에 나타난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가리지 않고 다수가 이용하는 플랫폼 어디에서든 마약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물론 대부분 돈만 받고 ‘물건’은 넘기지 않는 가짜 광고지만, 진짜로 마약을 파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는 조직이 국내 수요자를 대상으로 광고하는 것이어서 단속이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SNS를 보고 판매상을 추적해도 단순 전달책 등 잡범이 대다수다. 거래 방식도 대면 교환은 거의 없고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놓고 사라지는 일명 ‘던지기’가 통상적이라 현장 체포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마약류 범죄로 단속된 인원은 2015년 1만1916명으로 처음 1만 명을 넘었다. 이후 2016년 1만4214명, 2017년 1만4123명, 2018년 1만2613명으로 꾸준히 1만 명 이상이 단속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로 밀수된 마약의 압수량도 298.3㎏으로, 2017년 35.2㎏보다 8.5배가량 크게 늘었다.
더 큰 문제는 밀수를 넘어 국내에서 직접 마약을 제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9월엔 부산 한 주택가 상가건물에서 전문적 재배 시설을 갖추고 다량의 대마를 재배한 뒤 ‘딥 웹(비밀 인터넷)’에서 비트코인 결제로 판매한 일당 4명이 구속기소됐었다. 유학생이 대마오일 대마쿠키 대마카트리지 대마초콜릿을 밀반입하는 일도 잦다. 경찰은 마약류를 제조할 수 있는 종자까지 밀반입되는 것으로 파악한다. 한국마약범죄학회 전경수 회장은 “해외 사이트를 통해 마약 제조법을 쉽게 배울 수 있다. 마약 청정국을 자처하면서 정부의 무관심 속에 한국은 이미 ‘마약 소굴’이 됐다”며 “강력한 단속과 함께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원은 이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면서 범죄를 모두 인정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하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