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놓고 근로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이번 사안에 노동계와 공공기관의 관심이 쏠린다.

부산일반노조 소속 해고자 등 20여 명은 10일 연제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얼어 “연제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따라 해고된 기간제 근로자를 복직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구와 노조에 따르면 연제구는 지난해 8월 31일 자로 연제구 국민체육센터 기간제 근로자 4명과의 계약을 끝내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하는 대신 공개 채용을 통해 정규직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구는 2017년 12월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열어 구 소속 계약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 133명 중 26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선정해 채용 방식을 놓고 심의를 벌였다. 그 결과 국민체육센터 소속 4명 등 11명의 자리는 공개 채용 방식으로 채우고, 나머지 15명은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존 기간제 근로자 중 공채를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된 이는 1명에 불과했다.  

이에 반발한 해고 노동자 4명은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했으나 지노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이들을 복직시켜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판정 근거로 ‘기대권’을 들었다. 연제구가 해고 노동자에게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약속을 하면서 노동자들이 기대를 갖게 했다는 것이다. 중노위는  “2017년 7월 발표된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는 전환 채용이 원칙으로 명시됐는데도 연제구는 근거 없이 담당 부서의 의견만으로 공채를 꾀한 점, 공채 과정에서 배점 방식이 불합리했던 점 등으로 미뤄 부당해고가 맞다”며 해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 줬다.

하지만 구는 해고 근로자의 계약 시기를 문제 삼으며 이들의 복직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국민체육센터에서 해고된 근로자 4명 중 2명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2017년 7월 이전부터 근무했지만, 나머지 2명은 그 이후 계약을 맺어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성문 연제구청장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부터 일한 근로자도 공무직으로 전환하면 다른 지자체나 공공기관에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분명한 법리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제구는 중노위의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에 채용된 이들 정규직으로 전환돼 복직해야 한다. 법리를 다투더라도 중노위의 구제명령을 이행한 뒤에 진행하는 게 지자체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