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위 “참석 안해놓고 협박” 반발

부산시가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임시로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철거할 뜻을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11일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시는 이날 건립특위 측에 행정대집행을 통해 노동자상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시는 건립특위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건립특위가) 3자 교섭 중에 시를 배제하고 동구와의 양자 협의로 노동자상 관련 결정을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정부 방침에 따라 대집행을 할 예정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시의 이 같은 방침은 이날 건립특위와 동구가 교섭을 통해 노동자상을 정발 장군 동상 인근 쌈지공원으로 옮기는 것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건립특위는 지난달 1일 일본영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옆에 노동자상을 설치하려다 경찰에 가로막혀 무산되자, 시와 동구 등에 공식 협상을 제안했다.

지난 3일 열린 첫 협상에서 건립특위는 노동자상 설치 위치로 ‘영사관 앞’을 고수했으나, 시 등은 불가하다고 맞서 결렬됐다. 하지만 건립특위와 동구가 가진 2차 협상에서 양측은 노동자상을 ‘제3의 장소’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건립특위 관계자는 “지난 10일 시 사회통합담당관에게 전화해 교섭 사실을 알렸으나 시는 교섭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건립특위를 협박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시의 행정대집행 방침은 다음 달 1일 일왕 즉위를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는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실제 행정대집행이 이뤄지면 시민단체 반발이 심해져 오히려 한일 관계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건립특위 측이 일방적인 합의를 발표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 것”이라며 “행정대집행은 원칙적인 입장이고, 노동자상 설치 장소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