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 철거는 친일” 시장 사죄 요구
- 오 시장 충돌 피하려 차 바꿔 출근
- 시의회, 행정대집행 유감 표명
부산시가 동구 정발장군 동상 앞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기습 철거(국제신문 15일 자 10면 보도)한 것을 놓고 시민단체와 시가 결국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시를 찾아 항의한 시민단체는 “이전 보수 정당 시장과는 다를 거라 믿었던 오거돈 시장이 시민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시는 행정대집행을 한 것에 유감을 표하면서 “공론화를 거쳐 노동자상이 들어설 자리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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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징용 노동자상 행정대집행에 항의하는 부산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15일 시청 1층 로비에서 오거돈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는 15일 오전 시청 앞에서 ‘노동자상 강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60여 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건립특위는 지난 12일 시가 노동자상을 철거해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옮긴 것을 비판했다. 건립특위는 특히 “철거는 친일이다. 시장은 사죄하라”고 외쳤다. 시청 1층과 시장실이 있는 7층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오 시장의 사죄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기자회견을 끝낸 건립특위 측은 시청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청원경찰이 출입구를 틀어막고 셔터를 내려 양측이 마찰을 빚었다. 이 때문에 일부 집회 참가자가 바닥에 쓰러졌다. 1층에서 농성하던 참가자들도 시장실로 이동하려다가 경찰 기동대에 가로막혔다. 이후 100여 명까지 늘어난 집회 참가자와 경찰은 오후 늦게까지 대치했고, 참가자 1명이 탈진 증세를 보여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앞서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는 이날 오전 7시 시청 후문에 대기하며 오 시장의 출근 저지에 나섰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은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비밀 출근’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경찰은 오 시장의 출근을 돕기 위해 경찰기동대 3개 중대를 동원했다. 오전 7시 수영구 남천동 관사에서 출발한 오 시장은 시청 근처에서 다른 관용차로 바꿔 탄 뒤, 오전 7시45분 시의회 정문을 거쳐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노조 측은 “첩보 작전하듯 출근한 것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셈”이라고 성토했다. 노조는 당분간 오 시장 출근 저지 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날 시민단체는 오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면담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자 밤 늦게까지 농성을 풀지 않았다. 시의회는 의장·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 시 관계자를 불러 노동자상 행정대집행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박인영 의장은 시민단체 측과 만나 “국익과 관련한 시의 고심을 이해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태가 커지자 시는 “다음 달 1일 노동절 전까지 노동자상의 위치가 결정되도록 공론화 과정을 밟자”고 제안했다. 시는 또 “중앙정부와 협의해 행정대집행을 했다”고 해명했다.
김미희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