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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적정도시로 <8> 도시 현실 진단- 경관

무분별 용도 상향·높이 규제 느슨 … 고층 아파트가 ‘뷰’ 독점

  • 하송이 박호걸 기자
  •  |   입력 : 2019-04-16 19:14:15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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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관 해치는 고층 건물 왜

- 산·강·바다 등 자연환경 갖춘 곳
- 10년간 99건 용도 변경 ‘만연’
- 종 상향 93건… 하향 고작 4건
- 78건은 3종 일반·준주거로 전환
- 층수 높을수록 건설업체 이득

# 시, 이제야 “높이 규제 마련”

- 도심 가용용지 확보 구실로
- 녹지서 주거지로 바뀐 사례도
- 기장군·강서구 중심 비일비재
- 3종 일반·준주거 높이 ‘무제한’

“한 층 올라갈 때마다 집값이 1000만 원은 올라가죠.”
   
부산에서는 산 능선이나 해안선을 따라 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서면서 공공재여야 할 조망권이 일부에 의해 독점되는 결과를 낳았다. 사진은 백양산 자락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 단지. 김종진 기자
부산은 바다 산 강을 동시에 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광안대교처럼 자연 환경과 어우러진 구조물도 훌륭한 경관적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산의 이러한 경관은 소수가 독점한 것이 현실이다. 마린시티, 달맞이고개, 명지 오션시티, 수영강, 온천천 그리고 금정산과 백양산까지. 내로라하는 부산 자연 경관지엔 어김없이 고층 아파트가 서 있다. 그곳에 살지 않는 사람도, 후세대도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 지금 좋은 ‘뷰(View)’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천혜의 바다·산도 아파트에 점령

   
경관 관리 부재의 대표적 사례인 해운대 엘시티. 국제신문DB
지난 10일 부산진구 당감동 동평로. 왕복 4차선 도로에 서서 백양산을 바라보니 25층 높이 A 아파트 단지가 우뚝 솟아 시야를 가렸다. 그 오른편으로는 또 다른 아파트 단지가 백양산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섰다. 원래 이 일대는 2종 일반주거지역이었다. 이 경우 높이 기준은 최고 15층이다. 그러나 2008년 주택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200%이던 용적율은 300%로 상향 조정됐고, 백양산을 다 가릴 만큼 높은 25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A 아파트처럼 부산에서 산 위에, 바다 코앞에 고층 주거단지가 조성된 경우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실제로 2017년 12월 수립된 ‘2030 부산시 경관계획’을 보면 부산 해안 경관의 특성과 관련해 “해안에 위치한 공동주택과 대형 건축물로 해안 조망이 차폐되고, 조망권이 사유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자연 경관에 대해서도 “수려한 산시(山視) 경관이 분포하지만 산지 주변에 공동주택과 고층건물이 개발돼 배후 산시의 스카이라인이 훼손되고, 주요 산으로의 조망이 차폐됨”, “산지 경계부나 구릉지에 나 홀로 아파트가 위치해 주변지역과 조화되지 않는 돌출경관을 형성한다”고 명시됐다.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 경관의 대표적인 사례는 엘시티다. 100층 높이 건물 3동이 달맞이고개를 뚫고 올라와 모든 부산시민이 즐기는 바다 전망을 훼손했다. 부산시의회 박민성 의원은 “과거 부산시는 재개발·재건축을 위해 400여 곳을 풀어줬다. 이 때문에 바다뿐만 아니라 산 강 하천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늘어서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혜성 용도변경이 문제

   
고층 건물이 부산의 경관을 망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이에 맞게 경관 계획을 세워야 할 부산시가 오히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용도변경을 해준 탓이다.

16일 국제신문이 부산시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99건의 용도변경이 있었다. 이 가운데 재개발 해제 등을 이유로 하향 조정한 건은 4건, 산업단지 실시계획 변경으로 조정된 사례 2건을 제외한 93건이 모두 A 아파트 단지처럼 높은 층수를 지을 수 있게 상향 용도변경된 사례였다. 면적을 기준으로 보면 총 623만5721㎡이 상향 조정됐다. 최근 10년 사이 부산 전체 주거지역의 4.3% 땅이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용도가 바뀐 셈이다. 특히 99건 중 78건이 3종 일반·준주거지역으로 변경돼 고층 주거지를 지을 수 있는 길을 터줬다.

부산의 주거지(1억4398만1239㎡)는 ▷단독주택 중심의 1종 전용지역(면적 83만7826㎡) ▷저층 주택 중심의 1종 일반지역(면적 2312만7985㎡) ▷중층 주택 중심의 2종 일반지역(면적7082만4694㎡) ▷고층 주택 중심의 3종 일반지역(3847만5034㎡) ▷오피스텔 등 상업시설을 포함한 준주거지역(1071만5700㎡)으로 구성된다. 1종 전용→1종 일반→2종 일반→3종 일반→준주거 지역으로 갈수록 용적률이 높아져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녹지에서 주거지로 변경된 사례도 허다했다. 시가 가용용지 확보를 구실로 무분별하게 변경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녹지가 주거지 등으로 바뀐 사례는 34건으로, 면적으로는 부산 전체 주거지역의 8.3%에 해당하는 1206만3106㎡였다. 이 가운데 3종 일반이나 준주거 지역으로 변경된 것은 235만5971㎡에 달했다.

부산대 정주철(도시공학과) 교수는 “녹지→주거지는 기장군과 강서구를 중심으로, 종 변경은 도심지를 중심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심 재개발 때 종을 상향해주는 것이 관례처럼 진행됐다”며 “용도변경 자체가 특혜인데 녹지를 3종 일반이나 준주거 지역으로 바꿔주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특혜다. 건설업자 입장에서는 값싼 녹지를 산 후 용도변경해 고층 건물을 올려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3종 일반·준주거 ‘층수 무한대’

건축물은 용도지역별로 건폐율과 용적률의 제한을 받는다. 부산시 최대 건폐율과 용적률을 보면 ▷1종 전용은 각각 50%, 100% ▷1종 일반 60%, 180% ▷2종 일반 60%, 220% ▷3종 일반 50%, 300% ▷준주거 60%, 400%다. 건폐율은 전체 땅 면적에서 건축물을 짓는 땅의 비율이고, 용적률은 여기에 수직적 높이, 즉 층수를 고려한 수치다. 예를 들어 1000㎡ 땅에 500㎡ 면적의 1층 건물을 지으면 건폐율 50%에 용적률 50%가 된다. 만약 500㎡의 2층 건물을 지으면 건폐율 50%, 용적률은 100%가 되는 셈이다.

과거에는 건폐율과 용적률로 층수 제한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층을 선호하는 분위기 탓에 많은 건설사가 건폐율을 줄여 용적률을 높이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3종 주거지역(건폐율 50%, 용적률 300%) 1000㎡에 500㎡ 면적의 6층 짜리 아파트를 지었다면(건폐율 50%×6층=용적률 300%), 최근에는 1000㎡ 땅에 125㎡면적의 24층 아파트를 짓는다(건폐율 12.5%×24층=용적률 300%).

이러다 보니 지자체는 경관을 위해 건물 높이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부산시도 1종 일반은 4층 이하, 2종 일반은 15층 이하로 높이 제한을 둔다. 그러나 3종 일반과 준주거에는 높이를 규제하는 기준 자체가 없다. 반면 서울시의 경우 도심·중심지와 그 외 지역을 나누어 높이를 규제하고 있다. 3종 일반은 주거 35층 이하(복합 50층 이하), 준주거는 주거 35층 이하(복합 51층 이상) 등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조만간 부산의 경관을 고려한 높이 규제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송이 박호걸 기자

공동기획: 국제신문 부산시의회

※ 이 취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건축물 높이 규제 비교

부산시

용도지역

서울시(도심 기준)

4층 이하

1종 일반

4층 이하

15층 이하

2종 일반

25층 이하

규제 없음

3종 일반

35층 이하·복합 50층 이하

규제 없음

준주거

35층 이하·복합 51층 이상 가능

※자료 : 부산시 제공


3종 일반주거지역 건폐율·용적률 유형 비교

대지 면적 1000 ㎡, 
건축 면적 500㎡, 6층 높이 

→

건폐율 50% 
용적률 300%

대지 면적 1000㎡, 
건축 면적 125㎡, 24층 높이 

→

건폐율 12.5% 
용적률 300%

※3종 일반주거지역 건폐율 50% 이하, 용적율 300% 이하 기준 부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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