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의원은 거수기” 간선제 비난
- 일각 “직선제 땐 비용 많이 들어”

다음 달 부산항운노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일부 조합원이 선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해 잡음이 일고 있다. 항운노조 채용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최근 지도부를 정조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부산항운노조 일부 조합원이 17일 중구 노조 사무실 앞에서 위원장 선거를 직선제로 바꿔달라고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항운노조 조합원 20여 명은 17일 부산 중구 노조 사무실 앞에서 위원장 선거 직선제 전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항운노조의 고질적 병폐인 인사 비리가 기득권자의 전리품인 양 행사되고 있다”며 “조합원이 직접 위원장 후보를 검증하는 등 각종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직선제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운노조 위원장은 대의원 100여 명이 참석하는 대의원대회에서 간선제로 선출한다. 이에 시위 참여자들은 “대의원은 사실상 거수기”라며 “이번 검찰 수사로 여실히 드러났듯 소수의 기득권자가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 아니라, 넘볼 수 없는 장막을 준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부터 항만 인력 비리를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는 항운노조 간부의 채용 비리뿐 아니라 항만 전환 배치 비리, 터미널 운영사·용역업체와의 커넥션 등 구조적 문제를 강도 높게 파헤치고 있다.

검찰은 현재까지 지도부 핵심 간부를 포함해 12명을 구속하고, 이 가운데 5명을 재판에 넘겼다.

노조 지도부는 직선제는 오히려 금전적 유혹을 쉽게 떨치기 어렵다며 간선제가 불가피하다고 맞선다. 노조 관계자는 “직선제를 하면 후보자가 조합원 7600여 명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해야 해 자금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항운노조 위원장 선거는 2005년 검찰의 대대적 채용 비리 수사로 한 차례 직선제로 전환했지만, 이 또한 검은 거래를 막지 못해 2014년 지도부 의결을 통해 간선제로 다시 변경됐다.

이은정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