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대표 행사 한쪽서만 열려
- 영화제 일부 개최 가능성 검토”
- 시·조직위 “들은 바 없어” 당황
- 북구조차 “뚜렷한 계획 없어”
- “논의 없이 무책임한 발언” 비난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북구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시사하면서 시 실무 부서와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화제 기간 남포동에서 영화 상영을 재개할 것을 조직위 측에 줄곧 요구해온 중구는 ‘북구 개최’에 반대 입장을 밝혀 자칫 기초지자체 간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17일 북구 덕천동 폴리텍대학에서 열린 ‘북구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북구 개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원아시아페스티벌 등 부산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제가 너무 오랫동안 한쪽에서만 열렸다. 서부산에서도 개최해달라는 요구가 많아 영화제 일부를 북구에서 개최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명희 북구청장이 지속적으로 영화제의 북구 개최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오 시장의 적극적인 의사 표명과 달리 시 실무부서와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영화제의 북구 개최를 위해 마련한 계획이 없다. 시장님의 뜻만 전달받았다”며 “북구에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조직위 입장은 어떤지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 조직인 영화제 조직위를 상대로 시가 먼저 개최지를 정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제 조직위 측은 북구가 바라는 화명생태공원 일대에서의 야외 상영은 전례가 없을 뿐더러 기술적 문제가 있다며 난색을 보인다.
시 실무부서와 영화제 조직위는 물론 정작 북구 역시 구체적인 계획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북구 관계자는 “영화제 기간 북구 주민만 소외되는 게 안타까워 (정 구청장이) 시에 영화제 개최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 뚜렷한 계획이 없고, 필요할 경우 관계 부서 담당자와 논의해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진 차원에서 논의 없이 오 시장의 입을 통해 영화제 북구 개최 가능성이 전해지자 중구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중구 관계자는 “영화제 기간 모든 영화가 해운대에서만 상영돼 영화제 태동지인 중구가 소외당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북구에서 영화가 상영되면 영화제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관객의 혼란만 커질 것이기에 (북구 개최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 시장의 발언이 성급하고 무책임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도읍(북강서을) 국회의원은 “서부산에 문화 인프라와 대규모 행사가 필요한 건 맞다. 그러나 기본적인 논의 없이 우선 발표부터 하고 보는 건 무책임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며 “만약 계획이 실현되지 못하고 ‘해프닝’에 그친다면 북구 주민이 겪을 실망과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