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경남 진주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의 현장검증을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 안인득(42)이 아파트에 나타나 범행을 재연하면 주민들이 그날의 ‘생지옥’을 다시 떠올려 트라우마를 겪을 것을 우려해서다. 진주경찰서는 “이번 사건의 현장검증 시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할 절차는 아니다”고 22일 밝혔다. 현장검증은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범죄가 일어난 장소 등지에서 증거가 될 만한 것을 직접 검사하거나 조사하는 행위다. 또 범행을 인정한 피의자가 진술 내용을 현장에서 재연하는 수사 절차이기도 하다.
안인득은 “사회적으로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해 홧김에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동선이나 범행 과정 등에 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검증을 하더라도 대조하거나 판별할 기준이 없는 상태다. 안인득은 “실직 후 폐지 줍는 노인에게 간식을 사주고, 약한 친구와 어울렸다”는 등 횡설수설하며 의미 없는 진술만 계속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현장검증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고, 주민들의 불안감을 고려하면 굳이 범행을 재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경찰은 대신 안인득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분석, 주변 수사 등으로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치료비 지원을 놓고 유족과 관계 기관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희생자들의 장례가 지연되고 있다. 유족과 경남도 진주시 법무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은 지난 18일부터 이날 새벽까지 10차례 넘게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상자 치료비 지원 부분이 합의에 가장 큰 걸림돌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부상자가 완치될 때까지 치료비 전액을 비롯해 ‘정상적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원’을 요구한다. 이에 진주시는 장례 후 모금운동을 벌여 유족과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대책도 내놨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