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실 격리된 60대 극단적 선택
- 지속적 치료받다 단절된 안인득
- 33개월 동안 위협적 행동 반복
- 병증 진행·관리 못받으면 위험
- 강제 치료는 위법이라 쉽지 않아
- 가족이 보호, 꾸준한 치료 필요
지난 21일 오전 6시10분께 부산 한 종합병원에서 조현병 환자 A(60)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경찰과 병원 측 설명을 종합하면 A 씨는 경남의 한 정신병원에서 20년 넘게 조현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러던 중 A 씨는 옴(옴진드기에 의한 전염성 피부 감염 질환) 치료를 받기 위해 지난 19일 부산의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종합병원에 입원한 날부터 A 씨는 보호자 없이 1인실에 격리됐다. A 씨는 의식이 명료하고, 의료진 지시에 잘 따르는 등 별다른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사건 당일 새벽 2시께 의료진이 병실을 돌며 환자들 상태를 확인할 때도 A 씨는 아무런 문제없이 잠자고 있었다. 그러나 4시간여 뒤 병실을 점검하던 병원 관계자는 이미 몸이 굳은 A 씨를 발견했다.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을 앓던 안인득(42)이 방화·살인을 저지른 이후 정신질환자 관리를 둘러싼 우려가 갈수록 커진다. 안인득은 과거 5년간 68차례나 조현병으로 진료받았지만, 이번 범행 전 2년9개월간은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사회가 안인득에게 손을 놓은 동안 끔찍한 참극이 벌어진 셈이다.
이번 사건으로 조현병 환자를 ‘위험한 인물’이나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무조건 격리해야 한다는 편견도 번진다. 그러나 A 씨 사례처럼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는 우리 사회가 배척하기 전에 보호·관리해야 할 대상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안인득이 치료 공백 기간에 범행한 것처럼, A 씨 역시 잠시 동안 보호가 이뤄지지 않은 틈에 목숨을 끊었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2016년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151%다. 전체 인구의 범죄율인 1.434%보다 낮다. 그러나 안인득의 범죄에서 보듯 “모든 정신질환자가 아니라, 병증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관리·치료받지 못한 환자가 범행할 확률은 비약적으로 높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폭력적 행동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을 향할 때가 많다. 2015년 이호선 박사 등이 낸 논문(조현병 환자의 자살)을 보면 조현병 환자의 사망 원인 중 가장 많은 사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의 자살율은 5~15% 수준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신질환자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6~2018년 정신질환 범죄자 등 치료 명령 대상자를 분석한 결과 이 530명 중 218명(41.2%)은 가족 없이 혼자 산다. 가족의 보호 아래 꾸준히 치료받는 게 정답이지만, 정신질환자 범죄가 터질 때마다 손쉽게 찍히는 낙인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가 겪어야 하는 아픔은 크다.
부산대병원 이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강제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서 위법을 감수하면서까지 치료를 권하기는 쉽지 않다. 자칫하면 의사가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조사를 받게 돼 무리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회복되지 않은 정신질환자는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환자 인권과 사회적 필요성을 조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