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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적정도시로 <9> 도시계획의 교과서 포틀랜드

농지 보전·도심 압축개발 주력했더니…인구 늘고 도시 젊어져

  • 박호걸 기자
  •  |   입력 : 2019-04-23 20:02:02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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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업 불황으로 임업 타격받자
- 톰 맥콜이 ‘압축도시’ 개념 도입

- 외곽토지 50년간 개발 금지하고
- 새 개발은 기존사업과 연계 유도

- 고속도로보다 경전철 건설 투자
- 보행·자전거로 도심 접근성 높여

- 생활권 내서 기본적인 것 해결
- 노동인구 비중 작년 62%로 늘어

부산과 반대로 가는 도시가 있다. 가용 용지가 좁다는 이유로 외곽에 끊임없이 신도시와 산업단지를 새로 개발해 온 부산과 달리 이곳은 넓은 가용 용지를 확보하고도 압축적 도시 계획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다른 점은 또 있다. 부산은 저출산 고령화, 주력산업 쇠퇴 등으로 인구가 감소일로를 걷는 반면 이곳은 같은 나라 내에서도 젊은 인구가 늘고 있는 몇 안되는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포틀랜드(Portland) 이야기다. 국제신문은 ‘도시계획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포틀랜드를 찾았다. 포틀랜드는 주변부(Portland Metro)까지 합쳐 인구가 약 240만 명이다. 이곳에서 ‘적정도시 부산’의 미래의 모습을 가늠해보았다.
   
지난 15일 미국 포틀랜드 도심의 톰 맥콜 수변공원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톰 맥콜’은 1984년 이 공원은 과거 포틀랜드를 압축도시로 이끈 오리건주지사의 이름이다. 박호걸 기자
■확장 경계선으로 압축도시 건설

지난 15일 찾은 포틀랜드는 도심 속 높은 빌딩 사이에서 눈 덮인 산이 보일 정도로 시원한 개방감을 갖고 있었다. 블록과 블록 사이의 거리는 약 60m. 도시가 격자형태로, 걷거나 경전철을 타면 도심 곳곳을 갈 수 있었다. 도심에서도 길가에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가지에는 차가 적었다.

낮 12시께 윌라멧강(Willamette River)을 따라 약 70m 폭으로 길게 뻗은 ‘톰 맥콜(Tom McCall) 수변공원’을 찾았다. 산책하는 직장인, 달리기를 하는 사람, 책을 읽는 학생 등으로 북적거렸다.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이 공원의 특별함은 바로 그 이름, 톰 맥콜에 있다. 톰 맥콜은 1970년대 미국 내 건설업 불경기로 주력사업인 임업이 큰 타격을 받자, 도시성장경계선을 도입해 포틀랜드를 ‘압축 도시(Compact City)’로 이끈 오리건주지사의 이름이다.

당시 포틀랜드는 미국을 덮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 확장 정책을 추진한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등과는 달리 외곽 확산을 막고 도심 개발에 집중하는 ‘압축 도시’를 목표로 잡았다. 제2의 주력산업이었던 농업의 기반이 되는 외곽 농지를 보전하고, 도심 내에서 경제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오리곤주정부는 19개 법을 제정해 강력한 광역 토지 규제를 단행했고, 20년 후의 인구와 경제활동 변화 등을 예측해 ‘도시확장경계선(Urban Growth Boundary)’을 설정했다. 경계선 안은 밀도 높은 개발을 진행하되, 그 외의 지역은 개발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묶어둔 것이다.

5년에 한 번꼴로 경계선 재설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만, 도시확장경계선 밖에 있는 땅은 한 번 지정되면 50년 동안 개발이 금지된다. 도시확장경계선은 우리나라 그린벨트(GB)와 비슷해보이지만, 그린벨트보다 강력한 규제를 갖는다. 그린벨트는 ‘이곳은 개발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이곳 외의 땅은 개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도시확장경계선은 ‘여기만 개발할 수 있다’는 뜻이라 이곳 외에는 개발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속 개발·대중교통 확충도 병행

   
촘촘한 격자 형태로 개발된 포틀랜드 시가지 지도.
포틀랜드에선 경계선 안에서 개발을 할 때도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개발은 무조건 기존 개발 지역과 인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을 연속적으로 하도록 유도하면 땅과 도로·수도관 등 도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칙은 엉뚱한 개발을 막아 도시 인프라의 낭비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른바 ‘갑툭튀’ 개발도 원천봉쇄할 수 있다.

시 정부가 특별히 신경쓴 또 다른 분야는 교통정책이다. 포틀랜드 교통정책의 기본 방향은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 같은 대원칙에 따라 시 정부는 고속도로 건설보다 경전철에 투자했다. 이와 병행해 보행·자전거 등 다양한 대체 교통수단을 확충해 도심으로의 접근성을 높였다. 시의 정책 의지는 시가지의 모든 상점과 주거 건물의 출입구를 대중교통 정거장을 향해 짓도록 한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자신의 생활권에 내에서 기본적인 것은 모두 해결할 수 있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어디든 갈 수 있는 ‘워커블 시티(Walkable City)’인 포틀랜드는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였다. 1990년 48만7849명이었던 포틀랜드 시가지 인구는 2000년 52만9897명, 2010년 58만534명으로 늘었고 2017년에는 64만7805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도시 자체도 조금씩 젊어지고 있다. 1990년 전체 인구 중 노동참여인구(18~64세)의 비중은 60.3%였는데, 2017년에는 62%로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더욱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리건주 경제기획실 인구추이 보고서를 보면 2025년 포틀랜드의 인구는 2017년 인구 대비 10.6%가 증가하고, 노동참여인구 비중은 무려 7.4%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포틀랜드주립대 싸이 애들러(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압축도시와 경계선은 단순히 도심 확장을 막는 게 아니다. 포틀랜드의 제2 산업은 농업이었기 때문에 당시 도심으로부터 농지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며 “이를 통해 경계선은 규제가 아니라 관리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애들러 교수는 “주민 반발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주민은 재산권 침해라며 소송도 제기했지만 대법원에서 주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또 정부가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수도 등 인프라를 깔아주지 않는 방법으로 관리를 지속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포틀랜드=박호걸 기자

공동기획: 국제신문 부산시의회

※ 이 취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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