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뉴스 분석] 안인득 범행 막을 기회마다 ‘응급 매뉴얼’ 작동 안했다

조현병 해법 어떻게(중)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19-04-23 20:03:13
  •  |   본지 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이웃에 오물 투척 등 위협 반복
- 가족·지인들 강제입원 노력에도
- 인권 침해 논란 휘말릴까 우려
- 경찰·행정기관 적극 대처 꺼려

경남 진주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의 피의자 안인득(42). 그의 사고력과 인지력은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는 범행 동기를 묻자 “국정 농단 세력이 피해를 준다” 등 맥락을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망상에 사로잡혀 횡설수설하면서도, 몸의 청결 상태는 정상적으로 관리했다. 안인득은 이런 행동은 전형적인 조현병 양성 환자의 징후다.

안인득이 조현병 진단을 받은 건 2010년이다. 당시 그는 생면부지 남성이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며 흉기로 머리를 가격했다. 안인득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밀 감정한 결과 ‘편집증적 정신분열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안인득은 2016년 7월까지 68차례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이번 범행을 저지른 지난 17일까지 2년9개월 동안 치료를 중단했다.

앞서 안인득은 지난 11일 위층 최모(18) 양의 집 현관문에 오물을 끼얹은 혐의(재물손괴)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때 안인득의 친형은 지인들에게 “동생을 강제 입원시키고 싶은데, 본인이 계속 거부해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더 앞선 지난 4일에도 친형은 조현병 환자의 응급 입원을 진행할 권한이 있는 경찰에게 안인득을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지 물었다. 경찰 1명과 전문의 1명의 동의가 있으면 정신질환자를 3일간 입원시킬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의 대답은 “검찰에 물어보라”였다.

친형은 지난 5일엔 주민센터를 찾아 행정 입원을 요청했지만, “본인 동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역시 거절당했다. 정신병력 치료증명서로 통사정하려 했지만, 증명서마저도 본인 동의가 없어 발급조차 불가능했다. 안인득의 잔혹한 범죄를 막을 기회는 수차례 있었지만, 그동안 ‘정신건강 응급 매뉴얼’은 한 차례도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한 사회복지사는 “정신질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위협’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괜히 나섰다간 오히려 자신이 곤란해질 수도 있어 경찰이나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는 방법은 4가지다. ▷자의 입원 ▷보호(동의) 입원 ▷행정 입원 ▷응급 입원이다. 안인득의 가족은 이 가운데 자의 입원을 제외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를 입원시키지 못했다. 자의 입원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안인득은 자신이 조현병을 앓는다는 사실도 모른다. 그래도 그의 가족은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며 안인득의 치료를 바랐다. 안인득이 이웃과 문제없이 지내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비극으로 끝났다.

안인득의 친형은 지난 17일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의 유족이자 자신의 친구에게 “미안하다. 진작에 동생을 입원시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대병원 이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돼 환자 인권이 강화됐다. 옳은 방향이긴 하지만, 의사가 적극적으로 환자에게 진료를 권하기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라며 “법 테두리 안에서 진료하면서도 의사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8. 8[포토에세이] 국사봉 전망대서 본 옥정호 물안개
  9. 9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10. 10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1. 1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2. 2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3. 3[2026 국감 브리핑] 자격유지검사 않는 고령운수자 1400명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6. 6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7. 7부산 국힘, 가덕도특별법 개정방침에 “국회에 책임 떠미나” 비판
  8. 8‘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9. 9[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10. 10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1. 1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2. 2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3. 3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 시대…‘머무는 관광’으로 질적 도약 모색
  5. 5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6. 6누리호 5차 발사…군집위성 5기 모두 교신 성공(종합)
  7. 7홈플러스, 희망퇴직 돌입…MBK 경영권도 사라져
  8. 8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0조 시대’ 임박
  9. 9근무시간에 사주 상담…HUG 직원 면직 처분
  10. 10주진모 B·GET 대표 “민관펀드로 K-팝 북항 아레나 조성해 관광수요 창출”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북항 모빌리티, 원도심 연계해야…환승센터 전면 재설계를”
  8. 8전재수 “사직구장, 야구 중심 생활체육 메카로…북항엔 돔 아레나”
  9. 9농약·고혈압약 등 취수원 오염물질, 부산시 선제 차단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8일
  1. 1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2. 2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3. 3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4. 4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5. 5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6. 6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7. 7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0. 10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