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외선 노출 부식 땐 가루 날려
- 현기증·메스꺼움 등 질환 유발
- 동래구, 유해성 등 점검 안해
- 경기 고양시는 철거공사 들어가
매년 여름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찾아 피서를 즐기는 부산 동래구 온천천 물놀이장에 인체에 유해한 ‘유리섬유’가 날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격적인 개장에 앞서 동래구가 유리섬유로 인한 피해를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9일 동래구에 따르면 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 아래에 있는 온천천 물놀이장은 가로 60m, 높이 6m의 인공 폭포와 400㎡ 규모의 저수지를 갖췄다. 시가 9억2000만 원을 들여 물놀이장 조성에 나서 2004년 8월 개장했다. 온천천 물놀이장은 매년 7월 초등학교 여름 방학 시기에 맞춰 개장해 8월 말까지 운영된다. 도시철도 역과 가까워 주차 걱정이 없는 데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이용객이 몰린다.
문제는 온천천 물놀이장의 인공 폭포가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FRP는 다른 재료에 비해 단단하고 가벼운 데다 수리하기도 쉬워 생활 용품에도 흔히 쓰이는 소재다. 하지만 오랫동안 자외선에 노출되면 낡고 부식돼 유리섬유 가루가 날린다. 유리섬유는 인체와 접촉하면 현기증이나 두통, 메스꺼움 등과 같은 질환을 일으킨다. 특히 10년 이상 된 FRP 재질 시설물에서 유리섬유 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리섬유가 공기 중에 날리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온천천 물놀이장 인공폭포 표면에 하얀 입자가 내려앉은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유리섬유 날림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동래구는 2014년 8월 온천천 범람 때 인공폭포에 생긴 이물질을 제거하고 도색 작업을 진행한 것 외에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또 개장 전마다 물놀이장의 상태를 살피지만, FRP의 유해성 등에 대한 점검은 하지 않는다. 이는 다른 지자체의 대처와 대비된다. 경기도 고양시는 1995년 조성한 일산호수공원의 FRP 소재 인공 바위에서 유리섬유 가루가 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지난달 비닐 천막으로 인공 바위를 덮고 시민의 접근을 차단했다. 고양시는 이어 인공암을 철거하기로 하고 관련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구의회 등에서는 구가 물놀이장 개장 전까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동래구의회 천병준 의원은 “FRP 소재의 시설물은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는 설치하면 안 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며 “실제 유리섬유의 피해가 있는지 확인하는 조사를 진행하고, 구조물 교체와 개·보수 등 대안을 포함한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