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곳 쓰레기 수북·화재 위험도
- “별도의 출입 제한 조치 있어야”
- 구 “착공 신고 안돼 차단 불가”

2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 호텔 밀집지역에서 숙소를 찾던 A(38) 씨는 지름길로 보이는 골목길로 접어들었다가 깜짝 놀랐다. 골목 양쪽으로 늘어선 점포마다 버려진 가구와 가전제품, 집기류가 어지럽게 쌓여 있고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골목 끝자락까지 간 뒤 도로 바닥에 적힌 ‘청소년보호구역’이라는 문구를 보고서야 이곳이 과거 성매매업소 집결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세계적 관광지인 해운대해수욕장과 지척에 이토록 슬럼화된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별도의 출입 제한 조처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성매매업소 집결지였던 609 일대가 업소들이 떠난 뒤 폐허로 방치돼 있다. 이승륜 기자

호텔 개발이 예정된 부산 해운대구 옛 성매매업소 집결지 ‘609’ 일대(국제신문 지난 3월 25일 자 9면 등 보도)가 폐허로 방치되면서 우범지역으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국제신문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옛 609 내에 있던 대다수 점포가 출입문이 열린 채 방치돼 있었다. 점포 앞에는 옷과 침구류, 가전제품 등이 버려져 있었다. 이들 물건 대부분은 가연성 소재여서 자칫 불이 나면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엿보였다.

609 일대의 출입을 제한하는 조처가 없다 보니 청소년 탈선 장소로 변질될 우려도 낳고 있다. 인근 주차장에서 일하는 박모(58) 씨는 “해가 지면 609 주변을 기웃거리는 청소년들이 자주 눈에 띈다. 방치된 성매매업소 점포가 가출 청소년의 아지트가 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할 해운대구는 별다른 조처에 나서지 않고 있다. 609 일대 부지를 매입한 건축주 측이 아직 착공 신고를 하지 않아 안전 펜스 등을 설치해 청소년의 출입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방치된 점포를 조기 철거하는 방안이 제시됐으나, 건축주는 건축물 멸실 신고조차 하지 않아 이마저도 어려운 상태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건축법상 철거 전 건축물의 유지·관리 및 보수 책임은 건축물 소유자에게 있기 때문에 건축물 철거를 강제할 수 없다”면서도 “건축주에게 건물 관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찰은 일대의 안전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겠다는 입장이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업소 한 곳이 마지막까지 떠나지 않고 있어 철거 등의 조치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대 순찰을 강화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해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