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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13> 양산 하북면 굼벵이 농장 이병한 대표

굼벵이 키우는 20대 공학도 … 사육비법 전수 받고 ‘부농의 꿈’ 성큼

  •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
  •  |   입력 : 2019-05-05 21:03:30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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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부터 달팽이 닭 등 키우며 관심
-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인턴 근무했지만
- 일을 하면서도 곤충·동물만 생각이 나
- 굼벵이 건강에 좋다는 말 듣고 사육 결심

- 초기 상품성 나빠 전문가 노하우 터득
- 생애주기별 온도 유지해 고품질 생산
- 3년 안 돼 손익분기점 넘긴 매출 거둬

- “방과후수업 등서 건강식품 홍보 앞장
- 굼벵이 첨가물 활용 식품개발에 노력”

공학을 전공한 20대 청년이 굼벵이를 키운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조합이지만 경남 양산에 이런 농군이 있다. 양산시 하북면 삼수리에서 ‘양산 감림 굼벵이’ 농장을 운영하는 이병한 대표. 이 대표는 올해 26세로 울산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이다.
   
이병한 대표가 농장에서 사육 중인 굼벵이를 손에 담아 들어보이고 있다.
곱상한 외모에 동안인 이 대표는 겉보기에는 농군 느낌이 나지 않고 이웃의 건실한 대학생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는 2년 전 양산에 정착해 굼벵이 농장을 운영하는 어엿한 사장님이다.

이 대표는 부산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울산대에서 공부를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다고 한다. 집 옥상에서 개, 토끼, 닭 등은 물론 달팽이도 본인이 직접 키웠다. 그는 달팽이를 키우면서 곤충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됐다.

이 대표는 “갓 부화한 달팽이 새끼를 만졌을 때 분비물이 나와 매우 신기했다. 성장한 달팽이는 분비물이 안 나오는데 새끼는 보호심리가 발동해 이러는 것 같았다. 동물과 곤충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기한 것이 많아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과의 교감이 깊어지면서 학창시절부터 곤충이나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울산의 한 대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는데, 직장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일을 하면서도 곤충과 동물이 생각났다. 이런 와중에 미용사인 어머니로부터 흥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간이 안 좋아 고생하던 한 고객이 굼벵이를 먹은 후 건강을 회복하고 혈색도 좋아졌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 이야기를 듣고 굼벵이를 키우기로 결심을 굳히고 부모님이 있는 양산에 농장을 차리기로 했다. 이 대표 부모는 퇴직 후 부산에서 지금의 자리로 이사했다.

하지만 굼벵이 사육과 관련한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경험도 없어 막상 농장을 차리려니 막막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함안군의 한 굼벵이 농장에서 사육법을 배웠다. 이후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시설을 갖추고 굼벵이(흰점박이 꽃무지)사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육한 굼벵이 상당수가 말라 비틀어지고 색깔도 좋지 않았다. 생산은 그럭저럭 됐지만 품질이 시원찮았다. 낙담한 그는 한동안 실의에 빠졌으나 곧 다시 일어섰다. 수소문 끝에 경기도 시흥에 있는 굼벵이 농장을 찾아 고품질 굼벵이를 사육하는 기법을 터득했다. 굼벵이는 늦가을에 가장 살이 쪄 최상의 품질을 유지한다. 이런 점에 착안해 생애주기별로 적당한 사육온도를 유지해줘야 좋은 품질의 굼벵이를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병한 대표가 지역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곤충의 생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런 사육기법을 터득하고 양산 농장의 사육시설을 이에 맞춰 교체했다. 그러자 몸집이 통통하고 색깔도 좋은 고품질의 굼벵이를 생산하는 게 가능해졌다. 당연히 매출도 늘었다. 2017년 초창기에는 굼벵이를 팔아 한 해 2500만 원 매출액을 올렸다.

그러나 사육시설을 개선한 2018년에는 첫해보다 800만 원 많은 3300만 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굼벵이 사육과 관련한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지역의 곤충사육농가와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이런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굼벵이 농장을 시작한 지 3년도 안 돼 손익분기점을 넘긴 좋은 성과를 거둔 비결로 꼽힌다.

굼벵이는 한 쌍이 80~120마리의 새끼를 생산할 정도로 번식력이 뛰어나다. 또 참나무 부엽토를 담은 통에 넣은 후 27~30도의 온도와 적정 습도만 맞춰주면 성장한다. 또 사육시설 마련에 많은 비용이 들지않아 비교적 손쉽게 사육할 수 있다. 성장한 굼벵이는 깨끗이 세척한 후 삶아 건조시켜 분말 환 과립형태로 가공해 판매한다. 굼벵이는 불포화 지방이 27%를 차지하는 고지방 식품으로 천연혈전제로 불리는 인돌알칼로이드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이 때문에 간 질환과 당뇨병 환자에게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당뇨병을 앓는 환자 중 제가 만든 굼벵이를 먹은 후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시커멓던 손톱 색이 원래대로 회복했다며 다시 농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양산시농업기술센터가 시설자금을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사육지도를 해줘 초창기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면서 양산시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귀농을 하려면 그전에 조그만 텃밭이라도 얻어 직접 작물을 재배해보는 등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굼벵이 사육농가로 구성된 양산곤충연구회와 양산시 강소농연합회에서 임원을 맡아 활동하는 등 지역농업 발전을 위해서도 열심히 뛰고있다.

또 지역 내 학교의 방과후수업이나 지역의 행사 때는 강사로 나서 건강식품으로서의 굼벵이의 우수성을 알리고 굼벵이를 첨가물로 한 식품개발에도 나서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고객들이 굼벵이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품질 향상은 물론 서비스도 개선하겠다”며 “우리나라 최고의 굼벵이 농장이 되도록 부단하게 노력하고 연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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