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교차로 인근서 내려 출발
-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지나면
- 유엔평화기념관·유엔기념공원
- 4만895명 전몰 장병 추모명비
- 세계평화·자유위해 생명 바친
- 각국의 젊은 넋들에 절로 숙연
- 부산 역사 일목요연 부산박물관
- 야외전시관 주변 호젓한 산책로
부산 남구 대연동 ‘평화 벨트’를 찾아간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시작해 유엔평화기념관, 세계 평화와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유엔 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재한유엔기념공원을 거쳐 평화공원, 유엔조각공원을 둘러보고 부산박물관까지 걸어보는 코스다. 보행 여건은 아주 좋다. 유엔기념공원을 중심으로 ‘유엔평화문화특구’가 지정돼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 평화·자유의 소중함 되새기기
| |  |
| 6·25전쟁에서 산화한 유엔군이 영면하고 있는 유엔기념공원. 묘역 뒤편으로 하얀색 탑신에 평화의 상징 비둘기 두 마리가 있는 유엔군 위령탑이 보인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버스를 타고 유엔교차로 인근에서 내리면 부산문화회관 너머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역사관) 건물이 보인다. 부산문화회관 주차장 쪽으로 올라간다. 석포초등학교를 지나 주차장으로 오르면 역사관 방면 보행자 길이 표시돼 있다. 역사관 4층에서 광안대교와 유엔기념공원, 이기대 등지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역사관은 일제가 강제 동원한 이들의 사진과 유품, 증언 영상과 수기, 각종 기록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악명 높았던 조선인 노무자 숙소 ‘다코베야’와 탄광 등을 재현하고 일본군 위안소의 모형도 전시해 당시 실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역사관이 부산에 들어선 것은 부산항이 일제의 강제 동원의 출발지였고, 강제 동원 피해자의 22%가량이 경상도 출신이었다는 사실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한다.
역사관에서 나와 유엔평화기념관으로 향한다. 유엔군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평화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2014년 11월 건립됐다. 한국전쟁실, 유엔참전기념실, 유엔국제평화실 등으로 관람 동선이 짜여 있는데, 1층은 유엔본부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다. 1층의 청동 부조인 ‘유엔 자유수호 남·여신상’과 6·25전쟁 당시 피란민이 몰려든 초량·중앙·영주동 일대의 시가지 미니어처도 눈길을 끈다.
부산문화회관 중앙광장을 거쳐 유엔기념공원으로 넘어간다. 유엔기념공원에는 6·25전쟁 때 산화한 호주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터키 영국 미국 등 7개국 용사의 묘역이 있다. 오늘의 우리에게 평화와 자유의 소중함, 그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추모관이 오른쪽에 서 있다. 1964년 건축가 김중업 씨가 설계한 건물이다. 외관은 삼각 모양인데, 전몰 장병을 추모하는 뜻을 담았다. 유리창에는 평화의 사도, 승화, 전쟁의 참상, 사랑과 평화를 의미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입혔다.
다음은 신성함을 함축한 도은트 수로.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이 중 최연소자(당시 17세)인 호주의 J.P.도은트의 성을 따서 명명했다. 삶(녹지 구역)과 죽음(묘역)의 경계라는 의미를 지닌, 폭 0.7m, 길이 110m의 수로다. 죽음의 공간으로 넘어가는 젊음이 더는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도은트 수로에서 유엔군위령탑 쪽으로 향하면 왼쪽에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가 있다. 4만895명의 전사자(실종자)의 이름을 국가·개인별 알파벳 순서로 하나하나 검은 대리석에 아로새겼다.
■ 부산박물관서 탐방의 ‘완결판’
| |  |
| 유엔군 위령탑의 옆 모습. |
평화의 상징인 흰색의 몸체가 눈부신 유엔군 위령탑을 지나면 무명 용사의 길이다. 11개의 물 계단과 11개의 분수대, 11그루의 소나무는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11개국 용사와 6·25전쟁에 참전한 22개국(한국 포함)을 뜻한다고 한다.
유엔기념공원 정문으로 나와 주차장을 지나면 대연수목전시원이다. 수목원과 평화공원을 지나 유엔조각공원으로 향한다. 6·25전쟁 50주년이던 2000년 9월 특별기획 행사로 ‘유엔기념공원 국제조각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여기에 참여한 작가들의 조각품을 기증받아 조성한 공원이다. 6·25전쟁 참전국 출신 조각가들의 작품들을 산책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조각공원이 끝나는 지점에서 부산박물관 관리동과 수장고 쪽으로 곧장 갈 수 있는 작은 문이 있다.
마침 부산박물관에서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파리의 꼬레앙, 유럽을 깨우다’라는 주제로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 작가로 프랑스에서 활약한 최초의 한국인 서영해 선생을 조명하는 전시회다. 이번 전시는 다음 달 9일까지 계속된다. 1902년 부산 초량에서 태어난 서영해 선생은 유럽에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여름 경남여고역사관에서 한 묶음의 자료를 기증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2017년 리모델링을 거친 부산박물관의 부산관은 임진왜란, 조선통신사와 초량왜관, 일제강점기 부산의 독립운동과 부산항 매축, 6·25전쟁, 재건기 부산과 6월 항쟁에 이르는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다루고 있어 이번 탐방 코스의 완결판 격이다. 박물관 야외전시관 주변에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만덕사지 3층 석탑 등 유물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다.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걷고싶은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공동기획:부산시·국제신문·(사)걷고싶은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