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황예술극장은 부지 이전 고려

“땅만 파면 문화재가 와르르 쏟아지니….” 경남 김해시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이 공사만 하면 출토되는 문화재 때문에 불가피하게 지연되고 있다. 문화재 매장지역을 피하는 게 급선무지만 ‘땅속 사정’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고, 김해는 곳곳이 문화재 출토 가능성이 높은 곳이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시에 따르면 시는 회현·부원·동상동 등 옛 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고 모두 182억 원을 투입해 2016년부터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지 주변에는 김수로왕릉, 가야 왕궁터 등 금관가야 유적지가 산재해 있다.

사업 완료 예정일은 내년으로 최근에는 관광객 유치와 청년·주민 복지를 위한 시설물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공사를 진행하면서 가야부터 조선 시대까지 유적지와 유물이 발견되자 유물 발굴하느라 도시재생 관련 공사는 지연되고 있다. 시는 회현동에 청년 일자리 연구와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청년허브’를 지상2층(연면적 264㎡) 크기로 지으려고 부지 조성을 시작했는데, 연대를 알 수 없는 항아리와 접시 3점이 출토돼 공사를 멈췄다. 이곳에서는 6개월 시한으로 문화재 발굴작업이 진행 중이다.

동상동 외국인거리 활성화 사업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 사업으로 야외 공연장인 어울림광장을 조성할 계획인데, 부지가 조선 시대 객사터로 문화재 발굴 가능성이 큰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이어서 본사업을 진행하기 전 유물 발굴부터 하고 있다. 시는 또 노인 일자리 터전 역할을 할 ‘회현당’을 회현동 공원인 척촉원 내 1320㎡ 부지에 짓고 있는데, 이 부지 지표조사에서 고대 집터 유적과 접시 파편 등이 나와 공사가 중단됐다. 김해의 새 명소로 떠오른 봉리단길에도 봉황예술극장을 짓기로 했는데, 해당 부지가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이어서 건립 부지를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시 박창근 도시디자인과장은 “모두 낙후지역을 살 만한 곳으로 바꾸려고 진행하는 사업인데 공사를 시작 전엔 땅 속을 알 수 없어서 시로서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