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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12> 페이퍼와 바이블 : 저피와 종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16 19:12:5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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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인 페이퍼(paper)의 어원은 파피루스(papyrus)다. 갈대과 풀인 파피루스 줄기를 얇게 잘라 가로 세로로 포개어 납작하게 밀고 두드린 후 말려 여기에 쓰거나 그렸다.

삼베처럼 생긴 기록수단 파피루스.
나일강 문명을 이룬 고대 이집트의 특산품인 파피루스를 수입하던 고대 페니키아의 항구도시가 비블로스다. 지금 레바논에 있는 이 유서 깊은 도시명도 파피루스에서 왔다. 파피루스에 알파벳 문자로 글을 썼기에 파피루스는 문서를 뜻하게 된다. 문서들을 연구하는 서지학이 비블리오그래피(Bibliography), 문서들이 보관된 도서관이 비블리오테크(Bibliothek)다. 비블(bible)은 문서를 뜻하는 단어였는데 하나님 말씀을 적은 문서는 대표 관용사를 붙여 더 바이블(The Bible)라 불렸다. 결국 성경인 바이블의 어원도 파피루스다. 파피루스는 기록수단으로 쓰이던 점토판, 옷감, 거북껍데기(甲骨), 대나무(竹簡), 양가죽(羊皮紙) 등을 제치고 종이를 뜻하게 된다.

하지만 성능이 훨씬 뛰어난 진짜 종이가 발명되었다. 2000여 년 전 중국 한나라 때 채륜 등에 의해서다.

그가 만든 종이는 닥나무(楮) 등의 섬유질을 뜨거운 물에 푹 고아 흐물흐물한 곤죽처럼 만든 후 채에 부어 얇고 넓게 펴서 말린 것이었다. 현대 제지공법에도 그대로 쓰이는 기술이다. 재료인 닥나무 껍질 저피(楮皮)가 조비→조희→종이로 발음이 변했다는데 그럴 듯하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다. 만일 성경이 파피루스로 만든 페이퍼가 아니라 닥나무로 만든 종이에 처음 기록되었다면? 더 바이블이 아니라 더 종이(The Jongi)라고 불렀을 듯싶다. 박기철·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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